[금융의 질풍노도] 채권시장에 ‘기대’를 만들어라!

증시에 대기 중인 자금의 일부와 부동산으로 쏠리려는 시중자금을 어떻게든 자금이 부족한 기업대출 쪽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기업의 자금 시장은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을 것이고 부동산시장도 가격상승은 막을 수 있다

2020-07-20     이강희 칼럼니스트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지난 14일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할 회사채·CP·단기사채 매입기구(SPV, Special Purpose Vehicle)를 설립했다. A등급 이하의 비우량회사의 채권시장이 부진하고 단기물 선호현상 때문에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10조 원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필요에 따라 20조 원까지 추가 확대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13일까지 운영하면서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주로 금리와 통화량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던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임시회의를 통해 SPV에 총 8조 원의 한도로 대출을 하되 우선 1조7,800억 원을 선순위 대출하기로 했다. 나머지 자금은 SPV가 요청하는 만큼 추가적인 대출을 하는 Capital Call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예전과 다르게 한국은행법에 근거해 SPV에게 직접대출을 하게 된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시장에서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데 있다. 

SPV는 한국은행 이외에도 산업은행이 정부의 출자지원을 받은 1조 원의 출자금과 2,200억 원의 후순위 대출을 받아 총 3조 원 규모를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매입에 나선다. AA등급과 A등급의 회사채와 CP, 단기사채 매입에 집중되겠지만 BBB등급 이하도 15% 정도나 예상된다. 1조 5천억 원의 규모다. 이렇게 되면 투기등급인 BB등급의 회사채를 매입할 수도 있다. 물론 BB등급의 경우에는 코로나 19 사태로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져 견디기 어려운 상태가 된 기업들(Fallen Angel)로 제한된다. 

이번 조치로 우량기업들과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에 닥친 자금난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근원적인 해결보다 산소호흡기의 역할밖에 못 할 수도 있어 기업들 스스로가 체질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문제는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이다. 부동산가격이 움직이려는 것을 정부가 옥죄고는 있지만, 시중의 자금이 순기능을 하게 하려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채권매입에 정부가 나서기보다 민간의 자본이 기업의 채권매입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량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증이나 투자금에 대한 세제혜택 같은 것이 주어진다면 시중자금은 기업에 대한 채권매입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국채발행이나 한국은행이 직접대출을 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증시에 대기 중인 자금의 일부와 부동산으로 쏠리려는 시중자금을 어떻게든 자금이 부족한 기업대출 쪽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기업의 자금 시장은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을 것이고 부동산시장도 가격상승은 막을 수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손해 보지 않고 수익을 낼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