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결혼이주여성의 비극
'원주 일가족 사망사건' 아내 결혼이주여성으로 밝혀져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대책 필요
[소비라이프/전유진 소비자기자] 지난 7일 원주시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으로 숨진 A(37)씨가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며, 함께 숨진 전 남편 B(42)씨와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보내고 이혼한 상태임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다. 반복되는 결혼이주여성의 비극 앞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 여성이었던 A씨는 약 15년 전 대한민국으로 와 첫번째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고, A씨는 혼자 아들을 키우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혼자 힘으로 아파트를 장만할 만큼 부지런하게 살아왔던 A씨였기에 사정이 알려지자 많은 누리꾼이 애도를 표했다.
A씨와 같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결혼생활이란 생존 그 자체다. 논란으로 불거졌던 결혼이주민 체류 기간 연장 신청 시 배우자의 신원보증 요구 조항은 2011년 폐지되었으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 76조 별표 5의 2에 따르면 결혼이주민의 최초 입국 시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 보증서를 요구하는 것은 그대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국에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자연스레 남편에게 종속되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년도 인권상황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인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보장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입국 시 체류자격을 묻는 질문에 대해 920명의 응답자 중 390명(42.4%)이 결혼이민이라 답했으며, 현재 체류자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514명(55.9%)이 결혼이민을 택해 많은 사람이 결혼이민을 목적으로 한국에 이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920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가정폭력 경험 유무를 조사한 결과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의 유형을 세분화해 조사한 결과(복수 응답) 심리 언어적 학대의 심한 욕설이 314명(81.1%)로 가장 많았으며, 성적 학대의 성행위 강요(27.9%)와 성적 수치심(24.5%), 성추행과 강간(15.5%)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금전적 방해(33.3%), 수입 갈취(15.5%) 등을 통해 경제적 학대 역시 심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편 가정폭력 시 도움 요청 여부 조사에 대해선 441명 중 31.7%에 해당하는 140명이 ‘없다’를 선택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 거주기간 1년 이상 3년 미만의 응답자들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14.6%), 체류자격이 불안정해질까 두려워서(9.8%) 순으로 높았다. 한국 거주기간이 10년 이상인 응답자들은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12.6%),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11.5%)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의 생존을 쥐고 있는 남편에 종속되어 온갖 폭력과 억압을 감내해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다. 숨죽여 고통을 참고 있을 대한민국의 수많은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