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자금 대출만 믿었는데…위기에 빠진 버스 업계

매출 40~90% 급감해도 담보 부족 등 이유로 긴급자금 대출 거절당해 지자체·버스조합의 자금 조달만으로 손실 메꾸기 어려워

2020-05-03     류예지 소비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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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류예지 소비자기자]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감한 버스 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자금 대출은 까다로운 요건에 거절되면서, 지자체와 버스조합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서민의 발이던 시내버스와 시외·고속버스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수입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아 직원의 월급을 주기도 힘든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긴급자금 대출 공문을 업체에 발송했다. 버스 업체들은 여러 서류를 준비해 대출을 신청했으나 자본잠식, 재무제표상 손실, 담보 부족 등의 이유로 거절됐다. 서울이나 부산 등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역을 제외하면 상당수 버스 업체가 정부 지원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버스연합회)는 “자금 지원 적기를 놓치면 현재 운영 중인 버스 상당수가 운행을 멈추는 일이 발생한다”며 “어려운 업체를 지원한다더니 대출 조건이 까다로운 게 이해가 안 된다. 우선 과감한 지원을 통해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전했다.

한 버스 업체 대표는 “코로나19로 버스 업계는 사실상 재난 업계가 되었다”며 “자금 지원에 대해 말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고 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에서 정책자금을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버스 업계만 특별대우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금융위원회 등에 버스 업계의 힘든 상황을 전달하고 있지만, 버스 업계만 다른 조건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대출이 아닌 다른 지원 방안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버스 업체들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무급휴직과 일부 노선 운영 횟수 감축 등으로 임금 지출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하루 3~4번만 운행하는 읍·면 단위 지역까지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일 수 없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버스 회사의 적자 운영만큼이나 읍·면 주민들의 생활 타격도 커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와 각종 조합은 버스 운행을 지속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자와 종사자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순천시는 화물·전세버스 종사자에 대해 1인당 50만 원의 긴급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서울마을버스조합은 각 사업자에게 운행차량 1대당 50만 원 정도의 긴급운영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런 긴급자금 지급에 대해 운송 업계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결코 본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관련 업계가 인정할 수 있는 적절한 지원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