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질풍노도] 빚을 조장하는 금융사

대출은 필요한 곳에 돈을 쓰기 위한 제도를 넘어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도록 하는데 열을 올렸다

2020-04-03     이강희 칼럼니스트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대출은 고리대금이라는 역사로부터 시작한다. 정확한 태생은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B.C 451년~449년 사이에 만들어진 12표법(十二表法)의 8표(八表) 18a에서 이자의 상한선을 1/12(8과1/3)로 규정한 것을 보면 그 이전에도 고리대금업이 성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시대에서는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목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대표적으로 ‘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의 7층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고리대금업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리대금업은 중세 이후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면서 상업의 발달과 함께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고리대금업은 은행의 개념이 생기면서 잉글랜드를 넘어 자본주의가 꽃을 피운 미국에 침투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된다. 법제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익의 범위는 줄어들었지만 ‘합법’이라는 탈을 쓰고 경제의 곳곳에 침투해 들어왔다. 
 
정부에서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수입을 파악해서 세금을 걷기 위해 거래기록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매자들에게 ‘소득공제’라는 명목으로 체크카드 외에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장려했다. 신용카드 사용에는 대출이라는 개념이 숨어있다. 결국 사용자에게 신용으로 포장된 ‘빚’을 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 외에도 대출은 필요한 곳에 돈을 쓰기 위한 제도를 넘어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도록 하는데 열을 올렸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는 ‘할부’라는 이름으로, 값비싼 외제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자동차할부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구매를 유혹한다. 심지어 값비싼 성형 수술비에 수술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뷰티 컨설팅’이라는 대출의 미끼를 던진다.

로마시대 이전부터 있던 고리대금업은 시대별로 페르소나를 바꿔가고 있었을 뿐 우리 옆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돈에 통제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가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