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블랙아이스보다 3배 위험한 ‘슬러시 도로’

도로에 물과 얼음이 뒤섞여 있는 슬러시 상태일 때 더 위험하다

2020-01-09     김회정 소비자기자

[소비라이프/김회정 소비자기자] 겨울철 도로 위의 암살자라 불리는 블랙아이스보다 더욱 위험한 대상이 있다. 바로 얼음과 눈, 물이 뒤섞인 상태인 ‘슬러시 도로’다. 블랙아이스는 노면이 결빙된 상태를 일컫지만, 슬러시 도로는 애초에 완전히 얼어붙지 않거나 결빙된 도로가 녹는 해빙 상태를 말한다.

도로교통공단은 2018년 노면 상태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도로 적설·결빙 시보다 해빙 시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3.7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빙 상태의 노면에서는 교통사고 100건당 6.67명, 서리·결빙 상태에서는 1.77명으로 마른 노면보다 각각 4.05배, 1.07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17년 12월 실시한 빙판길 제동거리 측정 시험에서는 시속 50km 주행 시 제동거리는 버스와 화물차가 7배 이상, 승용차는 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눈이 쌓여있는 경우와 같이 운전자가 위험 상황 예측이 가능한 경우, 충분한 감속과 차량 간격 유지 등 안전운전을 하기에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눈·얼음이 뒤섞여 있는 이른바 슬러시 상태인 경우나 도로에 살얼음 등으로 운전자가 위험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대형화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활어차도 슬러시 도로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다. 해안가에서 육지로 배송하는 활어차가 밸브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물이 새면서 살얼음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바닷물은 염분으로 인해 쉽게 결빙되지 않아 슬러시 도로를 유발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2018년 2월, 울산의 한 해안도로에서는 도로에 흘러들어온 바닷물에 슬러시 도로가 생겨 탱크로리가 넘어져 기름 300 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단속에 적발돼도 범칙금 3만 원 외 추가적인 처벌이 없어 단속이 쉽지 않아, 국민의 인식 제고와 추가적인 제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