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호] 111년 만의 긴 폭염, 밥상 물가 ‘위협’

과수농가 피해 1,105㏊에 달해…폐사가축 전년보다 많아

2018-09-05     고혜란 기자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이달 말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밥상 물가가 치솟아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다. 폭염으로 인한  농축산물 출하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추석 명절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각종 채소류와 과일 가격이 한 달 전에 비해 크게 뛰었고 닭고기 값도 올해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냉해에 폭염까지 ‘설상가상’
올해는 개화기인 4월의 이상저온과 7월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폭염으로 과일 생육이 저조해지면서 출하량도 감소했다. 사과의 경우 지난 4월 꽃샘추위로 과실이 적게 열린 데다 비도 오지 않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며 상품 비율이 감소했다. 배 역시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전년에 비해 물량이 15~20% 감소하고 대과 비율도 떨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전국의 농작물 피해 면적은 2,334.8㏊에 달한다. 추석 제사상에 오르는 사과, 포도 등 주요 과수농가의 피해가 1,105.8㏊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3~5년생 어린 사과 나무를 중심으로 일소피해가 발생했으며 봉지 씌우기를 한 포도, 복숭아까지 확대되어 알이 작거나 저품질의 과실이 늘어나는 등 정상적인 출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채소 가격 역시 오름세가 무섭다. 지난달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배추 1포기(약 2kg) 가격은 5,570원으로 한 달 전보다 54% 상승했다. 국내산 시금치(100g) 역시 2,186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무려 146.73%나 올랐으며 무 1개 가격도 한 달 전 2,266원에서 3,441원으로 51.9% 뛰었다. 이외에도 감자, 풋고추, 애호박 등도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폐사에 육류가격도 ‘훌쩍’
축산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폐사 가축 수는 지난달 13일 현재 543만9,000마리에 이른다. 이는 전년 381만2,000마리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로 보험금 약 241억 원으로 추정되는 금액에 해당한다.

AI 사태 이후 농가들은 자발적으로 생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최근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급증하면서 축산물은 예상하지 못한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육계 1㎏당 소비자 가격은 5,190원으로 한 달 전보다 397원(8.2%)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가격 오름세 가공식품으로 번져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도 5년 만에 우유가격을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생산 비용의 증가에 따라 우유 제품의 출고가격을 지난달 16일부터 3.6%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대형마트 기준 2,480원인 판매가격이 80~90원 가량 올랐다. 서울우유 측은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지속적인 생산비 상승에 따라 품질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대장격인 서울우유가 우윳값을 올리면서 다른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아 또한 최근 원유가격 인상에 따라 지난달 16일부터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40% 올렸다. 이는 2007년 가격을 조정한 후 11년만이다. 아이스크림 제품인 토네이도 가격도 초코와 녹차는 2,000원에서 2,200원으로, 딸기맛은 2,200원에서 2,3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생수·술 가격도 뛰어
생수와 술의 가격도 올랐다. 제주개발공사는 지난달 초 제주 삼다수의 용기별 출고가를 6~10% 인상했다. 주류회사 보해양조 역시 지난달 말 보해 복분자주 출고가를 1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해 복분자주 375㎖ 제품은 5,000원에서 500원 오른 5,500원이다.

정부, 밥상 물가 잡기 총력
농식품부는 이번 폭염과 관련해 지난 7월 말과 8월 초 각각 30억 원과 48억 원의 급수대책비를 지원한 바 있다. 지원금은 급수가 시급한 시·군부터 배추, 무 등 수급관리 필요 품목을 위주로 우선 집행됐으나 이후에도 배추와 무 등의 농산물 가격은 잡히지 않았다.

실제 정부가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은 직후인 지난 7월 말 배추 가격(소매 기준, 1포기)은 5,257원을 기록했다가 지난달 2일 5,605원, 3일 5,719원, 6일에는 5,770원까지 뛴 것으로 드러났다. 무 가격 역시 7월 말 2,900원에서 지난달 2일 3,066원까지 올랐으며 3일에는 3,050원으로 주춤하다가 6일에는 다시 3,149원까지 올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본부와 소방청, 지자체와 협조해 긴급관수 지원에 나섰다. 국방부 또한 지자체에서 농업용수를 지원하는 데 있어 협조를 요청할 경우 인근 군부대를 통해 살수 관련 장비·인력 등의 가용자원을 지원하게 된다. 산림청 역시 각 지방청 및 지자체가 보유한 산불 진화장비와 인력을 활용해 급수가 시급한 밭을 지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