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호] ‘자율주행차’ 제동 걸리나

관련 산업 기술개발 활기 속 잇단 사고에 우려

2018-06-07     민종혁 기자

[소비라이프 / 민종혁 기자] 1980년대 국내에서 방송된 바 있는 미국의 드라마 ‘전격 Z작전’. 인공지능 자동차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 ‘마이클’이 명령을 내리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그의 명령에 맞게 행동하거나 필요에 따라 적합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차 ‘키트(KITT)’가 나왔다. 주인공이 시계에 입을 대고 키트를 부르는 소리, “키드 도와줘!”는 당시 수많은 시청자들의 입에 유행어가 됐는데, 주인공을 지켜주는 방탄 차체의 믿음직한 겉모습과 최첨단 장비들로 장착된 내부를 자랑하던 자동차 키트는 당시 주연을 맡았던 데이빗 핫셀호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2020년에 상용화 기대

영화에서나 가능하리라 믿었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인공지능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면서 ‘키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어느새 우리의 생활이 됐다.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미 4차 혁명시대의 범주 아래에서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아직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다가오는 2020년을 자율주행 자동차 역사의 시작으로 내다보고 있어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기업들 또한 관련기술 개발로 분주하다.

첨단 센서 등 여러 기술 합해 동력 만들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특히 주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첨단 센서와 그래픽 처리 장치의 역할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첨단 센서는 사람처럼 사물과 사물의 거리를 측정하고 위험을 감지해 사각지대 없이 모든 지역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픽 처리 장치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통해 자동차의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그 이미지를 분석해서 자동차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안전 표지판의 의미를 파악한다거나 앞의 자동차가 급정거를 하지 않는지, 갑자기 사람이나 동물이 도로에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때문에 자동차 기업은 물론, IT 기업, 운송 기업, 컴퓨터 부품 제조 기업들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게 되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시작은 벤츠 ‘Distronic Plus’ 옵션

2014년 벤츠가 S와 E클래스 모델에 안전거리 확보와 조향을 돕는 ‘Distronic Plus’ 옵션을 처음으로 출시하자 주요업체 OEM 공급사들도 곧바로 자율주행차 관련 분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5년 BMW가 내놓은 기술은 전기차 ‘i3’에 자동주차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이는 차량에 장착된 4개의 레이저 스캐너가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자동차가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일명 ‘충돌 회피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자율주행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운전자가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멀리서 자동차를 부르면 i3 자동차가 미끄러지듯 달려온다. 장애물이 있어도 자동차 스스로 운전대를 조작해 피할 수 있으며 자동차가 운전자 가까이 오면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잠긴 문을 여는 등 스마트워치와 스마트 카가 유기적으로 연동한다.

벤츠도 2015년 자율주행 자동차 ‘F015’를 소개했다. 자동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대는 대시보드 속으로 밀려들어가 운전석이 뒷좌석과 마주 보게 되는 모양으로 바뀐다. 당시에는 실제 주행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차량은 아닌 것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는 자동차 안에서도 편히 쉴 수 있다는 점만 강조됐다. 그러나 벤츠는 현재 F015에 적용한 기술을 적극 활용,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 개발을 계획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스웨덴의 볼보는 자석을 활용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실험 중이다. 도로에 자석을 설치해 자동차 위치에 대한 실시간 파악이 가능한 기술로 “기장 센서가 탑재돼 있어 도로와 한몸처럼 달릴 수 있다”고 볼보는 설명한다.

국내에선 현대기아 선두

현대기아자동차는 2010년 첫 자율주행차로 ‘투싼ix 자율주행차’를 데모카(필요한 장비 및 부품을 장착해 사용하는 차량) 형태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투싼ix 자율주행차’는 검문소, 횡단보도, 사고구간 등 총 9개의 미션으로 구성된 포장 및 비포장 도로 4Km의 시험 주행에 성공하며 국내에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개발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신기술을 주요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며 경쟁력을 높여 오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면서 고유의 첨단 주행지원 기술(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브랜드인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GENESIS SMART SENSE)’를 선보였다.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 ‘후측방 충돌 회피지원 시스템’ 등 최첨단 주행 지원 기술을 통해 사고 발생을 사전에 감지하는 등 운전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는 신기술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15년 국내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최초로 미국 네바다 주에서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후에도 자율주행을 포함해 차세대 스마트카 개발과 관련한 기술경쟁력 제고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약 2조 원을 투자, 자율주행 및 차량 정보기술(IT) 수준을 향상시키고 반도체 및 핵심 부품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중소기업 ‘소네트’, 임시운행 ‘허가’ 취득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업인 ‘소네트’가 중소기업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취득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차, 삼성전자, SK텔레콤, 서울대, 카이스트, 전자통신연구원 등 18개 기관의 자율차 44대가 임시운행 허가를 받고 실제 도로에서 시험운행 중이지만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소네트 자율주행차에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카메라로 인지한 이미지 영상을 처리하며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자체 개발한 차선 인식방식(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율주행을 돕는다.

소네트는 이후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자율주행 표준 기반(플랫폼)을 제작하고,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자율주행 키트(시스템 일체)를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우 소네트 대표이사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기술이 소프트웨어, 센서 퓨전, 인공지능 등과 같은 IT 기술에 집중되면서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인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제 자율주행 기술은 다양한 기업이 경쟁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잇단 사고 ‘긴장’ 속 ‘신중’ 택하기도

그러나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해외의 사고소식이 연이어 보도 되면서 업계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도로를 이탈한 뒤 울타리를 뚫고 연못에 빠졌던 사고의 차량은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미국 테슬라의 모델S인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이 켜져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인명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논란은 더욱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 공유 기업 우버도 지난 3월 애리조나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자율주행 시험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 교통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우버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내년부터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하겠다는 우버의 계획은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우버의 사망 사고로 이후 일본 도요타와 미국 스타트업 누토노미 등도 자율주행 시험 중단 선언을 했다.

완전자율주행차 시대 도래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일각에선 최근 잇따르는 자율주행차 사고가 그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빈발하는 사고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 수요가 감소할 경우 자율주행차 개발이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에선 규제 강화·자율주행차 반대 여론이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차 사고 정보를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하는 사례가 생겨나 정부가 나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을 공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