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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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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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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만해 한용운 시인은 ‘독서삼매경’이라는 글에서 가을은 자연이 더위를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사람역시 헐떡이던 정신과 육체가 조금 편안하고 새로운 지경으로 돌아서는 때라 책읽기에 알맞은 계절이라고 말한다. 가을에 책을 읽고 마음의 소양을 쌓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해당되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독서를 맛보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있다. 도시보다 문화혜택을 덜 받는 농촌이나 산간지역 사람들이다.

이들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자 발로 뛰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 단체는 (사)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이 단체는 1987년 김수연 목사(전 KBS 기자)가 전 재산을 털어 산간·섬·농촌을 돌며 책을 기부하고 도서관을 만들어주면서 시작됐다.


아들 잃은 김수연 목사 시작

김 목사가 이 일을 시작한데는 어린 아들을 가슴에 묻는 아픔이 있다. 6살 먹은 어린 아들을 화재로 잃은 것이다.

그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담고 책 나눔 사업을 시작했다. 아들이 맘껏 책을 읽어보지 못하고 숨진 게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다.

김 목사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땐 한해 5곳을 넘지 않을 정도로 더뎠다. 그러나 2005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후원하면서 도서관 만드는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이 만든 도서관이 130여 곳에 이른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20여 년간 도서관 만들기를 이어 온 그 곳을 찾아 변현주 사무국장을 만났다.

-작은 도서관 만들기는 어떤 사업인가.

“도서관의 정식 이름은 ‘학교마을도서관’입니다. 섬·산간·농촌에 지역학교를 이용, 도서관을 만들어주는 사업입니다.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이들보다 문화혜택을 덜 받고 있습니다. 책 읽는 것도 마찬가지죠. 책을 읽을 만한 도서관이 없을 뿐 아니라 있어도 낡고 오래 된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 한 곳을 열 때마다 3000여권의 책을 지원해 줍니다.”

-도서관 개관 어떻게 이뤄지나.

“먼저 전자메일, 편지 등으로 도서관개관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통해 열고 있습니다. 신청 받은 곳 중 면단위 이하 지역학교로 전교생이 20명에서 100명 정도의 학교를 대상으로 합니다. 신청학교 중 운영은 잘 될 수 있는지, 주민들이나 학교의 관심정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해 도서관을 마련해 줍니다.

또 중요한 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여부입니다. 교사들이 퇴근하고 나면 도서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므로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관리하지만 농사일에 바빠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도서관들이 지방자치단체 도움으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세워지면 주민대표 한 명과 교장선생님을 공동관장으로 위촉해 운영을 맡깁니다.”

-도서관의 책을 어떻게 사나.

“책은 대부분 단체에서 사고 있어요. ‘사랑의 책 모으기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 행사로 들어온 책 중 쓸 만한 건 10%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아끼는 마음이 강해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 모으기 행사에 내 놓는 책은 낡은 책이나 소장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책 구입비용과 도서관개관비용을 모두 합치면 도서관 한 곳당 3000여만 원이 듭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움을 주는 곳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2005년부터 네이버에서 도움을 주면서 도서관개관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마을도서관을 연 뒤 주민과 아이들 반응은.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고요. 학교마을도서관을 열기 전 학교 도서관을 찾아가 도서관실태를 파악하다보면 대부분이 낡고 오래 된 책들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다 새 책이 들어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오니까 아주 반깁니다.”

-사후관리는 어떻게 하나.

“도서관을 연 뒤 관리하는 게 만만찮습니다. 도서관이 잘 운영되기 위해선 운영하는 사람이 중요한데 단체 힘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단체에서 주민대표와 교장,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도서관운영이 잘 될 수 있게 워크숍을 열고 있습니다. 또 도서관을 연 뒤 일 년이 지나면 추가로 300~500권의 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다른 사업들은.

“학교마을도서관 외에 책 읽는 버스가 운영 중입니다. 이 역시 도서관이 없는 산간이나 섬을 찾아 책 읽는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네이버와 함께 연 사업입니다. 산간벽지 외에도 지역축제를 찾아 독서캠페인을 벌이기도 합니다. 현재 4대의 책 읽는 버스가 운영 중입니다. 또 책을 산 뒤 읽고 돌려주면 책값의 50%를 되돌려주는 북 리펀드사업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반납된 책은 학교마을도서관이나 책 읽는 버스에 사용됩니다.”

-계획은.

“올해 50여 곳에 도서관을 세울 겁니다. 지금까지 30여 곳을 열었습니다. 남은 20여 곳에 도서관이 잘 세워지도록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또 지금까지 세워진 도서관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거고요.” 



ㅣ북리펀드란?


책 읽은 뒤 반납하면 서점이 책값 50% 반환


북 리펀드사업은 매달 선정된 책을 교보문고에서 사고 반납기간 안에 북 리펀드스티커를 붙여 교보문고에 반납하면 50%를 독자에게 되돌려주는 사업이다.

이렇게 반납된 책은 학교마을도서관과 책 버스에 쓰인다. 책 구입기간은 매달 1일에서 말일까지로 구입한 달 20일에서 다음달 10일까지 반납하면 된다.

북 리펀드 지정 책은 출판인협회가 출판된 지 3~18개월 사이의 책에서 선정한다. 이 사업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과 출판인협회, 네이버가 함께 하고 있다.

북 리펀드의 책을 살 수 있는 곳은 교보문고 광화문점, 강남점, 잠실점, 부산점, 대구점, 인천점, 부천점, 안양점, 창원점, 전주점, 분당점, 목동점, 천안점, 성남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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