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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학 ‘학교’보다 ‘시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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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학 ‘학교’보다 ‘시기’ 중요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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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국 상해 푸단大서 유학하며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황석원씨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유학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말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 수는 6만 4481명에 이른다.

중국 교육부가 밝힌 외국유학생 19만 5503명의 32.9%로 단연 1위다. 게다가 유학 기관과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북경올림픽 개최 이후 위안화가 올라가는데도 중국 유학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학생이 늘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적잖다. 자녀를 유학보냈거나 예비유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불안해한다.

중국에서 5년간 공부하고 있는 황석원씨(20세·sukwon880@hanmail.net)를 만나 유학에 따른  조언 등을 들었다.

황씨는 국내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으로 건너간 조기유학생이다. 그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해 푸단대학에 진학, 중국어와 영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국내 매체에 상해주재 문화 컬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가 하면 틈틈히 취재한 문화예술 공간을 소개하는 견문록 형태의 ‘상하이일기’도 출간해 성공 유학생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황 씨와의 일문일답.

-중국 유학생활은 어떤가.

“유학생활 초기엔 문화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답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학생활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현지생활에 익숙해졌다.” 

-우리나라 생활과 중국생활을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생활의 템포와 사회 전반적으로 흐르는 긴장감이다.

중국생활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나 활력은 우리나라 생활보다 덜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것 때문에 더 긴장된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하하) 그렇다. 유학을 하며 시작한 인터넷 동아 TV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고, 출판을 위한 집필활동,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씨티 가이드에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동아일보에 ‘상하이리포트’도 쓰고 있다. 하는 일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주로 글 쓰는 일이다.”

-중국에 대한 느낌은.

“리포터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중국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발전하면 경제측면만 생각하는데 그렇잖다. 중국은 경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 중국을 경제대국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적 산업인 ‘OEM산업’은 중국의 주산업에서 벗어나고 있다. 첨단산업, 우주산업, 예술·문화산업에 있어서도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다.

이젠 겉모습은 물론 내실도 튼튼한 대국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경제대국으로 가는 과도기는 지난 것 같다. 중국의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활하는 상해만큼은 그렇다.”

-중국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학을 떠나기 전 어떤 것을 준비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학을 떠나기 전에 중국어를 가장 많이 준비한다. 하지만 나는 유학을 떠날 도시특성 파악이 더 중요한 숙제였다.

상하이의 경우 국제적 감각, 금융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많아 배울 게 많은 도시다. 반면 베이징은 중국의 정서, 역사, 문학 등 학술적 내용을 배울 수 있는 도시다. 남방의 선전이나 광조우 등은 무역 혹은 제조업이 발달했다. 유학을 하더라도 어느 도시에서 하느냐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게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어만 배울 목적이라면 어느 도시든 상관없다.”

-중국유학을 준비할 때 꼭 알아야할 점.

“중국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다. 이방문화도 많지만 중국 안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들이 함께 있다. 때문에 그들의 문화와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없이는 유학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 얻을 수 있는 건 중국어 능력 뿐이다. 13억 중국인구 중 단 1명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평소 갖고 있던 중국과 중국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들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각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중국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차이점은.

“교육열로 보면 중국도 만만찮다. 하지만 두 나라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교육체계나 방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교육처럼 ‘한 우물만 파라’ ‘큰 꿈을 가져라’ 등 ‘~라’식의 교육보다 '중국인'이란 정체성 교육에 더 중점을 둔다.

우리나라에선 개인 스스로가 엘리트가 돼 경쟁에서 이기는 게 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인 데에 반해 중국은 집단과 무리 등 조직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문적 지식 외에 공동체의식과 단결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학교선택이 중요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학을 떠나는 시기다. 너무 일찍 떠나면 중국어는 원주민처럼 잘하게 될지 모르나 중국식교육의 영향을 받아 생각하는 것이나 가치관이 중국화 될 우려가 높다.

아직 선진교육이라 평가하기 힘든 중국교육은 중국이 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체계다. 이런 교육의 영향을 받은 조기유학생들은 중국식 사고로 우리를 바라보기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인이란 자부심과 긍지가 부족해지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한국 역사나 고유의 정서에 대해서도 문외한이 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유학 시기는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가정 아래 중학교과정을 마친 뒤 떠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학교선택 땐 무엇보다 치안과 안전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선택이 중요하다. 학교는 특성이 조금씩 다르므로 학교 명성보다 학풍을 고려하는 게 좋다.” 

-최근 책을 냈는데 어떤 내용인지.

“내가 지금 있는 도시 상하이의 소소한 일상과 문화를 담은 책이다. 딱딱하고 틀에 박힌 주제들은 책을 쓴 나조차도 질색이다. 그래서 쉬운 표현들과 간결한 문장들로 돼 있다. 한 장 한 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감정을 이끌어 내려 노력했다. 그래서 제목 역시 ‘상하이일기’다. 겪었던 일, 본 일,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일기처럼 끄집어 냈다.

한국에선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이야기들과 직접그린 그림, 사진 등 상하이의 여러 얼굴들을 볼 수 있다. ‘아시아의 맨하튼’이란 별명이 붙은 상하이의 모습과 화려한 고층빌딩 뒤에 숨겨진 얘기를 담았다. 그밖에도 상하이의 다양한 문화콘텐츠, 관광, 유학 등의 정보와 직접 그린 지도들로 구성된 부록도 알차게 실었다.” 

-중국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유학을 중국으로 가건, 미국으로 가건, 일본으로 가건 목적이 언어만은 아닐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대국의식’ 습득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다. 대국의식이란 간단하게 그들 고유의 여유로움과 넓은 시야, 개인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라 말 할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중국이 적은 아니지만 경쟁상대임엔 틀림 없다. 지금 그들을 알아야 미래에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이미 찾아온 글로벌시대에선 더욱 그렇다. 그들의 좋은 점을 우리 것으로 만들되 우리방식으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은.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대학을 무사히 마치는 게 목표다. 아빠는 패션쇼 감독 엄마는 화가다. 나는 뭘 할까? (하하)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쪽 일을 하고 싶다. 거기까지 가기위해 세상과 다접(多接)하고 싶다. 또 다른 새 책을 낼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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