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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한국소비자학회장(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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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한국소비자학회장(인하대 교수)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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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 ‘사이버 여론’ 변화에 민감해야…  내년 춘계학술대회 등 20주년 행사 추진


 


여느 때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비자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2002 월드컵 때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던 붉은악마는 소비주권 쟁취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메이저 신문에 대한 광고 게재 거부운동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소비자운동에 대한 진단과 모색이 요구되는 때다. 최근 한국소비자학회장으로 취임한 이은희 인하대 교수를 만나 국내 소비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소비자학회장 취임 소감은?

A. 우리 일상생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안전·건강·만족 등 소비자권익에 관심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또 소비자운동의 형태도 다양해졌습니다. 지금 시기가 소비자운동이 변화하는 시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때 소비자학계를 대변하는 학회의 수장을 맡아 부담이 큽니다. 특히 최근 미국산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소비자단체 및 소비자학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어 부담이 더 큽니다. 소비자학회가 사회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에 대해 소비자학계를 대표해 바람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Q. 소비자학회장으로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게 되나요?

A. 소비자학회가 내년이면 20돌을 맞습니다. 이에 따라 기념행사준비와 매년 두 차례 있는 학술대회를 준비하게 됩니다. 내년 춘계학술대회는 20주년기념행사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2년마다 열리는 닥터럴 컨소시엄(Doctoral Consortium)이 내년 초에 있어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밖에도 학회지 발간도 주관하게 됩니다.


Q. 예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국내 소비문화는?

A. 생활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과시소비가 늘어 났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분기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그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8.1배로 관련통계가 작성된 뒤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의 양극화를 가져옵니다. 더 큰 문제는 부유계층의 소비를 따라 하고자 하는 심리가 크다는 겁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富)를 소비로 보여줍니다. 소비로 부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거죠. 그런데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도 부를 가진 사람들처럼 소비하고자 하지요. 이게 가능하지 않을 땐 흉내라도 내려고 합니다. ‘짝퉁’이라 불리는 가짜브랜드상품이 넘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Q. 왜 그런 현상이 생겨난다고 보십니까?

A.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가치관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옷차림이나 겉보기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간섭이 심한 민족성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볼 때 긍정적인 변화도 있어요. 현재 생활에 가치를 두는 비중이 커졌다는 건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특히 기성세대는 미래에 대한 준비에, 젊은 세대는 현재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이런 의식변화로 소유보다 사용의 개념이 강해졌습니다.


Q. 최근 조·중·동 광고게재 반대운동을어떻게 보시는지?

A.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저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광고주를 협박, 광고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 신문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 구독률을 떨어뜨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싣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광고주 불매운동은 노동조합들이 쓰던 방법으로 사용주와 거래관계에 있는 제3자의 상품구매를 거부토록 호소하는 행위죠. 1차 불매운동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압박수단입니다. 그러나 1차 불매운동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서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는 건 바람직한 소비자운동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이 광고게재 반대운동자들을 출국금지시키는 것도 지나친 처사라 봅니다.


Q. 외국의 소비자운동과 국내 소비자운동을 비교해 주신다면?

A. 선진국들의 경우 공익에의 헌신, 자발적 참여 등을 시민들이 갖춰야할 덕목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직접 이득이 없더라도 공익을 위해 헌신했다는 만족감이 개개인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자신에게 직접 이득이 없을 경우 잘 참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회원확보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워 활동에도 어려움이 많지요. 선진국처럼 우리도 소비생활을 하는 시장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작은 힘을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눈여겨 볼만한 선진국소비자운동 사례를 소개 재 주신다면?

A. 두 가지를 들고 싶은데요. 하나는 가격인하운동입니다. 지난 7월 1일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세제, 밀가루, 설탕, 휘발유 값이 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선진 7개국(G7)보다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국산제품인데 우리나라 값이 외국보다 비싼 제품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영국은 자국에서 팔리는 자동차가 서유럽 다른 나라들보다 15~60% 쯤 비싼데 대해 소비자단체들이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소비자들 호응이 대단해 결국 자동차 값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바가지 쓰지 않기 운동’ ‘내 주머니 지키기 운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운동’이에요. 이를 통해 우리의 소비를 뒤돌아보는 좋은 계기를 얻게 되지요.           


Q.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소비자단체들의 소비운동을 평가해주신다면?

A. 소비자운동이 기존방식에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운동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소비자단체들은 기존방식의 소비자운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존방식의 소비자운동은 소비자단체가 사회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언론을 통해 공론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이버소비자운동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죠. 이런 변화에 소비자단체들이 민감하게 반응,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소비자단체들이 나아가야할 방법은?

A. 소비자단체의 강점은 일반소비자들보다 전문화됐다는 겁니다. 특히 상담능력에 있어선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러나 상담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소비자교육을 더 강화했으면 합니다. 또 새로 달라지는 시장환경에 전문적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죠. 따라서 보다 전문화된 소비자단체 출현을 기대합니다.

 

Q. 학회 운영계획은?

A. 저희가 매해 4번 학회지를 발간합니다. 학회지는 국내에서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학회지로 키우고자 합니다. 짧은 기간에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2~3년 뒤엔 결실을 맺을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한국소비자학회는…

한국소비자학계 대표 모임으로 1989년 출범


한국소비자학회는 1989년에 세워졌으며 한국소비자학계를 대표하는 모임이다. 내년에 20돌을 맞는다.

해마다 2차례의 학술대회를 통해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함께 나누는 장도 만들고 있다. 한국소비자학회엔 소비자관련학과 외에 소비심리학, 마케팅, 의류, 법학, 관광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박사과정 학생들이 참여하는 닥터럴 컨소시엄(Doctoral Consortium)을 이뤄 젊은 인재들이 공동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또 매년 4차례 학회지 <소비자학 연구>를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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