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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점·대형출판사, 도서정가제 피해가는 '꼼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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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점·대형출판사, 도서정가제 피해가는 '꼼수' 마케팅
  • 강하영 기자
  • 승인 2015.04.17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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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대신 사은품·경품제공, 세트 할인 판매 등 편법적 마케팅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약 4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온라인서점 및 대형출판사들은 사은품·경품 증정하거나 전집을 세트로 묶어 파격 할인하는 등의 '꼼수' 마케팅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후 모든 도서의 할인율은 최대 15%(현금 10%+마일리지5%)로 제한됐다. 이 제도는 지나친 도서할인 경쟁을 막아 책값을 안정화하고 영세한 동네 서점을 살려 도서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로 개정됐다. 

하지만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무색하게 대형 온라인서점들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할인혜택 대신 사은품과 경품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온라인서점들은 각종 한정판 사은품과 추천식으로 비싼 경품을 증정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 서점은 상품권 및 포인트 쿠폰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추가 할인 혜택과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온라인서점의 특별·한정판과 경품을 받기 위해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상당수 있다. 지난 1일 서 모씨(26세, 경기도 과천시)는 "YES24에서 이벤트 도서 15,000원 이상 구매 시 귀여운 미니노트를 증정해서 책을 구매했다. 선착순이기 때문에 먼저 받았다는 기쁨과 일러스트도 귀여워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3일 양 모씨(33세, 서울시 금천구)는 "인터파크 온라인서점에서영어 회화책을 5만원 이상 구매하면 할인쿠폰 5천원, 지퍼백, 세계지도, 비닐홀더 1개씩 증정한다고 해서 책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민음사 계열인 비룡소와 삼성출판사 등 대형출판사들도 지난 9월 도서정가제 도입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9일, 출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비룡소의 북칼럽 상품 '비버'와 삼성출판사의 '에버북스', 미래엔의 '아이세움'의 세트도서 등 도서상품들이 실제 구성한 도서 정가보다 낮은 할인 판매 방식으로 홈쇼핑 등에 판매되면서 유통심의위 정가제 위반 심사대상이 됐다. 

이에 해당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에 따라 도서정가의 15%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나, 세트도서 재구성 시 예외를 두는 도서정가제 규정이 있으므로 규정 위반은 아니라며 반발했다.

▲ 삼성출판사는 12,000원 낱권 도서를 전집 30권 세트로 1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사진=삼성출판사 삼성북스 홈페이지)
최근 삼성출판사가 내놓은 '에버북스' 문학전집 30권의 각각의 책은 정가 1만 2천원으로 현행 정가제로 따지면 31만 6천원 이하로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삼성출판사의 온라인쇼핑몰에서는 1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의 허점을 파고든 꼼수 마케팅이다.  

해당 출판사는 전 30권을 홈쇼핑에서 12만 6천원으로, 각 권수 당 4천원 꼴의 할인가임을 내세워 판매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온라인서점 및 대형출판사들의 사은품·경품 증정과 묶음으로 더욱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하지만 모 출판업 관계자는 "꼼수 마케팅에 드는 비용이 도서에 반영되어 향후에는 그 몫을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 이라며 지적했다.

이들의 사은품 물량공세 및 묶음 할인 꼼수로 인해 할인혜택을 제공할 수 없는 영세한 서점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개인 서점을 운영하는 원 모씨(46세, 관악구 신림동)는 "고객이 책을 사더라도 추가 할인이나 사은품을 제공할 수 없어 고객들이 온라인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출판사들이 신학기 참고서 공동구매를 실시해 우리 가게는 큰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점차 전자책 구매나 대형·온라인 서점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인해 더욱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할인 판매를 규제해놓고 편법적인 꼼수 마케팅에 대해 제재와 관리를 하지 않는 이상, 영세 서점들은 더욱 힘들어 지며, 향후에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법적인 마케팅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진정한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이뤄 서로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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