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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하우스·채플 웨딩…웨딩 시장의 조용한‘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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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하우스·채플 웨딩…웨딩 시장의 조용한‘혁명’
  • 안혜인 기자
  • 승인 2015.04.1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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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비용 부담 높아…허례허식 탈피한 '스몰웨딩' 인기

[소비라이프 / 안혜인 기자] 지난해 5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고미진(28, 여)씨는 결혼비용을 줄이면서도 실속도 챙기는 일명 ‘스몰웨딩’으로 저렴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부부가 선택한 결혼식은 바로 ‘셀프웨딩’. 스스로 발품을 팔아 웨딩드레스는 해외직구로 30만원에 구입했고, 결혼사진도 스튜디오 촬영 대신 지인에게 부탁해 데이트 스냅 사진으로 대체했다.

◆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결혼비용 ‘부담 높아 ’

- 허례허식 탈피한 ‘스몰웨딩’ 인기

최근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 일명 ‘스몰웨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몰웨딩은 과거 고질적인 허례허식이 담긴 결혼문화를 탈피하고 자신만의 특색 있고 저렴한 결혼식을 치루는 것을 말한다.

 
스몰웨딩의 종류도 주례 없는 웨딩부터 하우스웨딩, 셀프웨딩, 채플웨딩 등 예비부부들의 개성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우선 스몰웨딩의 대표주자인 ‘주례 없는 웨딩’은 말 그대로 결혼식에서 주례를 빼고 그 자리에 양가 부모의 성혼 성언과 축사를 더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또한 ‘하우스웨딩’은 소규모 하객만 초청해 진행하는 웨딩이다. 자택처럼 꾸민 소규모 공간에서 50~100명 안팎의 하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파티형식의 결혼식으로 시간에 쫓기는 결혼식을 꺼리는 예비부부들이 많이 선택한다.

이 밖에도 가까운 친인척들만 모아 근교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채플웨딩’, 결혼드레스부터 식비 그리고 결혼사진까지 예비부부 스스로 웨딩플래너를 자처하는 ‘셀프웨딩’ 등 이제 스몰웨딩은 흘러가는 이슈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 신혼부부 결혼 자금 총 2억 3,798만원

변화의 핵심은 비싸도 너무 비싼 결혼비용이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의 조사에 의하면 신혼부부 한 쌍 당 실제 총 결혼 자금은 주택비용 1억 6,835만원을 포함해 평균 2억 3,798만원으로 조사됐다. 결혼 비용 분담비율은 남성 64%, 여성 36%로 각 1억 5,231만원, 8,567만원을 분담한다고 밝혔다.

주택 자금을 제외한 순수 결혼 준비 비용은 총 6,963만원이었다. 이 중에서 예식장과 웨딩패키지(웨딩 스튜디오,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등 ‘예식비용’은 약 1,890만원, 신혼여행, 예물, 예단, 혼수 등 ‘예식 외 비용’은 평균 수 천 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결혼 비용을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예식장 비용 1,593만원 ▲웨딩패키지 297만원 ▲신혼여행 451만원 ▲예단 1,639만원 ▲혼수(가전, 가구 등) 1,375만원 ▲주택 1억 6,835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평균 결혼 비용은 2003년 9,088만원에서 2014년 2억 2,543만원으로 늘었다. 10년 사이에 2.5배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비용 상승은 국내 웨딩산업 시장규모가 커지며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같은 결혼준비 비용도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추측된다. 2000년대 초반 100~300만원 정도이던 ‘웨딩패키지’ 가격은 현재 300~1,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젊은 예비부부들은 경제한파에 더불어 부담스러운 결혼 비용 때문에 어쩌면 스몰웨딩을 선택한 것이 아닌 선택 당한 것일 수도 있다.

◆ 과거 웨딩문화 축복 보다는 ‘거래’

- 부모가 결혼비용 전액 부담하기도

과거 결혼식의 관행은 축복보다는 ‘거래’의 의미가 컸다. 결혼식의 주체가 예비부부이기 보다는 양가 부모들의 힘이 더 셌다.

 조선일보·한국여성정책연구원·매트릭스가 전국 신랑·신부와 혼주 1,200명을 대상으로 결혼비용 의존도를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결혼에 필요한 전체 비용 중 40~60%의 비용을 보탰다는 결과가 20.8%로 가장 높았다. 결혼식 비용 전액을 부담했다는 비율도 8.5%나 됐다.

이처럼 결혼식 비용에 부모의 도움을 받다보니 자연스레 관습을 따지게 되고, 결혼식 비용이 상승됐다. 또한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 ‘신부 집에서 신랑 집으로 예단을 보낼 때 남들만큼 보내는 것이 좋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꾸밈비를 남들만큼 보내는 것이 좋다’ 등 고정관념으로 결혼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르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랑 부모는 신혼집 구해주는 부담에 짓눌리고 신부 부모는 사돈 눈치를 보느라 예단을 무리해서 보낸다. 이처럼 양가 모두 결혼 비용이 커져 축의금으로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구도다.

만약 사돈이 예상만큼 결혼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면 갈등도 쉽게 생긴다. 결혼준비가 힘들게 합의됐다 하더라도 축의금으로 비용을 메꾸기 위해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무리하게 청접장을 돌린다.

◆ 경기침체로 스몰웨딩 확산 … 정부는 ‘환영’

- 스몰웨딩 올릴 경우 공무원 주례사 받아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현재 좀처럼 살아나지않는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예비부부들에게 스몰웨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독립성이 강한 요즘 젊은이들이 좀 더 써야할 것과 줄여야 할 것을 구분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경기의 영향이 결혼문화 우선순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어찌됐건 무리한 결혼문화에서 합리적인 스몰웨딩의 확산에 정부는 반색을 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고비용 결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작은결혼식 릴레이 캠페인’에 서명한 예비부부에게 고위 공무원의 주례를 주선해주고 있다.

고위 공무원의 주례를 받기 위해서는 저비용으로 결혼식을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사랑채, 국립중앙도서관 등 150여개의 공공시설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 또 ▲결혼식 비용 총 1,000만원 안팎 ▲하객 150명 안팎 ▲하객 1인당 음식비 2만원 안팎 등도 준수사항이다.

이 밖에도 서울의 각 구청에서는 무료 혹은 약소한 비용으로 식장을 대여해주는 곳이 많다. 성북구청은 결혼식을 위해 따로 준공한 성북구청결혼식장을 4시간 동안 무료로 대여해준다. 레드카펫, 꽃길, 조명, 피아노 등 결혼식에 필요한 기본물품도 제공한다.

또 마포구청은 구청 내 청사강당을 4시간 무료로 대여해준다. 19종의 기본 결혼 장식품 및 소품도 제공한다. 하지만 하루 한 쌍만 대관이 가능하다. 서대문구청은 구청 내 청사강당을 무료로 대관해준다. 하지만 구민이거나 구 소재 회사 및 단체에 소속된 사람에게만 대관을 허용하고 있다.

중구청은 구민회관 소강당을 9만 4천원이라는 비용으로 1시간 30분 동안 대여를 해준다. 꽃길이나 결혼 소품, 의자 등 기본적 결혼식장 셋팅도 제공되며 무엇보다 구민이 아니어도 이용이 가능하다. 양천구청은 구 문화회관 해바라기 홀을 예식장으로 대관해준다. 기본적 예식준비를 제공하며 1시간 30분 기준 6만8천750원의 대여비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봉구청은 구민회관 웨딩홀을 5만5천원이라는 비용으로 주말에는 1시간, 평일에는 1시간 30분을 대여해준다. 하지만 하루 한 쌍만 이용가능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예식이 가능한 날을 살피고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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