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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보험은 '재테크'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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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보험은 '재테크' 상품이 아니다!
  • 조연행 기자
  • 승인 2015.02.2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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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하에서는 상품설계조차 불가능해, 변액보험은 재테크상품이 아니고 종신보험일 뿐!

[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조연행 ]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거양득을 일컫는 말이다. 보험도 '저축도 하고 보장도 받고, 일석이조'라며 상품을 판매해 왔다. 시중금리가 7~8%였던 과거에는 저축 겸 보장상품이 가능했다. 보장도 받고 만기에는 적립금 또는 기납입 보험료를 전액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1~2%대로 초저금리 시대인 요즘은 그런 보험 상품은 아예 만들 수가 없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여전히 보험으로 재테크하라며 저축성 보험상품을 권유하고 판매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험은 재테크상품이 아니다.

▲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대표

저축성 보험상품으로는 고금리시대에 예정이율 7.5~8.5%의 확정금리형 상품, IMF 시대에는 시중 실세금리와 연동된 8~12%대의 공시이율 연동형 상품이 판매됐고, 이후 저금리하에서 펀드형 변액보험 상품이 판매돼 왔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하에서는 확정금리형이나 공시이율형 저축성상품은 만들 수가 없다.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하면 원금만이라도 돌려줄 수 있도록 설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보험사는 재테크나 투자형 상품으로 변액보험을 판매한다. 변액보험은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만 있지 만기가 있는 양로보험은 없다. 즉, 일정기간에 재테크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시중에는 변액연금보험, 변액유니버설보험이 재테크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보험은 둘 다 보험기간이 종신보험으로 중간에 수익률을 따지는 상품이 아니다. 보험상품의 유니버설기능은 은행의 뱅킹기능을 보험상품에 차용한 것일 뿐 재테크나 수익률과는 상관이 없음에도 납입중지나 목돈납입 기능을 재테크 상품의 주요 기능처럼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 3.5%나 4.5%의 동일한 투자수익률로 20년이나 30년, 혹은 종신토록 지속된다는 황당한 가정(이는 도저히 실현 가능성이 없는 가정이다)으로 수백에서 1천%가 넘는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한다. 펀드는 미래수익률을 예시할 수 없는데도 변액보험은 황당한 수익률을 과감히 예시한다. 변액연금보험과 유니버설 보험을 단기 재테크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판매로 인한 민원의 화약고로, 앞으로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변액보험은 소비자가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의 8~20%인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한 후 남은 금액을 펀드에 투자해 투자실적에 따라 보험금액이 변화하는 상품이다. 변액연금보험은 사업비로 납입보험료의 8~15% 정도를, 변액유니버셜보험은 15~20% 정도를 차감한다.

최근 1년간 보험사 변액보험 펀드수익률은 평균 3.2%이다. 그런데 생명보험사에서 공표하는 수익률은 사업비를 공제한 펀드투입금액 대비 수익률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100원의 보험료를 낸다면 15원은 사업비로 떼고 나머지 원금 85원에 대한 연간수익률 3.2%를 적용하는 것이다. 적립금은 87.72원에 불과하게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수익률을 내려면 변액보험은 21.4%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수익률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변액보험이 펀드와 같은 수익률을 올린다 해도 애초 펀드와 변액보험의 수익률 싸움은 사업비 때문에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

대개 보험설계사들은 사업비를 별도로 떼어 놓고 상품을 설명하지 않는다. 추후에 보험사가 보내온 변액보험 수익률을 기대하고 3년 후나 5년후 적립금을 찾으면 예상했던 금액과 달리 터무니없이 부족한 금액을 찾게 된다. 이는 대부분 해약공제(미상각 신계약비 공제) 때문이지만 보험사가 공시한 수익률은 펀드투입료 대비 수익률이고 소비자가 인식하는 수익률은 낸 돈 대비 수익률이다. 소비자가 수익률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그제야 보험사는 사업비를 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변액보험에 가입한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2012년 4월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사들이 공시하는 펀드 투입보험료 대비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을 소비자들이 납입하는 보험료 대비 수익률(실효수익률)로 계산해서 공표해 많은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놀란 적이 있다. 변액연금 60개 상품 중 6개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의 실효수익률이 물가상승률(3.19%)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공표하는 수익률이 낸 돈 대비 실효수익률이 아니라 사업비 등을 뺀 펀드투입보험료 대비 수익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변액보험 대량 해약 사태와 판매부진으로 이어졌지만 아직도 재테크상품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은 '보장'이 목적이지 '재테크'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보험에 일석이조는 없다.

* 본 기사는 연합뉴스 < 대결, 재테크> 보험, 재산 증식에도 도움되나? 에 기고했던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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