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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 파는 마을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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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 파는 마을장터
  • 오용원 한국문화원연합회장
  • 승인 2014.12.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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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원 한국문화원연합회장] 우리는 마을에 산다. 마을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조직이다. 인간이 마을을 형성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날쌔고 포악한 맹수들과 어떻게 싸웠을까. 다행히 인간은 스스로가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서로에게 의지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렇게 해서 인간은 모여 살기 시작하며 생활공동체를 형성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땅을 경작(culture)하는데 더욱 집중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문화도 생겨났다. 이 마을에서 소비되지 않는 것은 저 마을과 일정한 날 만나 물물교환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장터다.

▲ 오용원 한국문화원연합회장

수천 년이 지난 21세기 이러한 장터는 상상불허의 변화를 거쳐 오일장,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런데 빛에는 그늘이 뒤따르는게 자연의 이치이듯 오늘날의 장터 주변에는 대립과 갈등이 맴돌고 있다. 동네상권과 대형 유통회사간의 골이 깊고 인간과 인간과의 갈등이 크다. 원시시대에 서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결성했던 공동체는 무너지고 그자리에 개인주의가 들어왔다. 그로 말미암아 서민층과 부유층간의 갈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간의 다툼과 살인 등 사회적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결국 인간은 날쌔고 포악한 맹수가 아닌 스스로가 만든 거대한 조직과 문명 속에서 상처 입고 고통 받고 죽임 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의 31개 마을 동아리와 함께 펼치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이다. 올해로 6년째인 이 사업은 임대아파트, 서민 단독주택 밀집지역, 농산어촌 등 전국의 문화소외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마을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이 사업은 전국 229개 지방문화원을 두고 있는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함으로써 지역과의 밀착사업이 이뤄져 소통과 지원이 원활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장터가 전국 마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예를 들면 저소득층 주민이 많은 전북 전주 평화동에서는 저소득층의 자립을 위해 그들이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평화마을장터’가 올해 말까지 매월 첫째·셋째주에 열린다.

또한 주민자치센터와 작은도서관 등 문화시설이 전무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과 남종면은 주민들이 텃밭에서 기른 농산품이나 안 쓰는 물건들을 서로 나누는 ‘달팽이 생활문화장터’가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펼쳐진다. 맞벌이로 인해 방치된 자녀들이 많은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의 경우 아이들이 안쓰는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어린이 벼룩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인구노령화 지역인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은 매월 1회 노인도 흥겹게 즐길 수 있는 ‘효자마을장터 둥구미’를 여는데 11월에는 배추, 고추 등 김장재료를 저렴한 값에 판매하는 장터를 열었다.

이처럼 사라져가던 마을장터의 부활로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주말 여가를 보낼 수 있다. 연구컨설팅기관 코뮤니타스의 조사에 따르면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 참여 마을은 그렇지 않은 마을에 비해 주민 교류가 60%정도 많았다. 공동체 소속감과 자긍심 역시 61.7점으로 다른 마을 52.3점에 비해 매우 높았다.

그동안 우리는 어쩌면 직장, 사회라는 말들에 가려져 정작 내 삶의 둥지가 있는 마을을 잊고 지냈는지도 모른다. 이제 마을로 돌아가자. 마을에서 파는 수공예품을 사고 축제를 즐기며 이웃과 인사를 나누자.

이러한 생활이 마을살이를 더욱 풍요롭게 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현안인 소통과 화합을 이뤄낼 수 있다. 주말에는 마을장터로 마실을 나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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