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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박물관 카페' 운영하는 누드사진작가 최영| 옛카메라 구경하며 차 한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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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박물관 카페' 운영하는 누드사진작가 최영| 옛카메라 구경하며 차 한잔 어때요?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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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다들 특별한 게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그게 비로소 예술이 되는 거죠.”

국내 처음으로 ‘카메라박물관 카페’를 열어 5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누드사진작가 최영(62)씨의 예술관이다. 그는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술을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특별할 게 없다고 말한다. 나를 위해서 열정을 쏟고 거기에 ‘창작’이 보태어지면 그게 바로 예술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자기를 나타내고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서 하는 모든 게 예술이란다.

최 작가는 미국에서 20여 년간 누드사진작가로 뛰다 귀국, 2003년 서울 충무로에 카메라박물관 카페를 열었다. 그곳엔 45년 동안 모은 카메라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또 곳곳에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다. 그래서인지 카페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은 카메라만 둘러보지 않는다. 한쪽을 차지해 앉아 차를 마시는 여유를 갖기도 한다.

마치 카페처럼 곳곳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다른 박물관에선 찾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날을 잡아서 찾아야하는 기존 박물관과는 달리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휴관일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가 모은 카메라와 액세서리는 약 1000점.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막연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박물관카페를 열었다”며 박물관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그는 미국에서 알아주는 누드사진작가다. 시카고, 뉴저지, 뉴욕 등지에서 19차례 누드사진전을 가졌다. 이뿐 아니라 아시아사람으로선 유일하게 영국 BBC방송의 “미국 누드의 흐름”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전시회는 ‘이게 나야’ 라고 보여주는 것”

그가 누드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데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가 갖고 있던 승부욕 때문이었다. 그는 1970년도 국내에서 하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일하던 어느 날 동료가 분수대 야경과 불꽃사진을 찍는데 같이 가자고 권했다. ‘어두운 밤에 찍은 사진이 얼마나 잘 나오겠느냐’는 생각에 재미삼아 따라 나섰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다음날 동료가 보여 준 사진엔 분수대와 불꽃이 아름답게 수놓여져 있었다. 한 눈에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사진을 보여주던 동료가 “자네는 절대 나같이 찍을 수 없을 것”이라며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 ‘사건’이 사진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됐다. 그 길로 ‘나도 사진을 하겠다’며 백화점을 찾아 엽서사진들을 샅샅이 찾아봤다. 평소에 관심 밖이었던 사진엽서를 보면서 감탄했다. 그리고 사진관을 운영하던 동료를 찾아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진관련 책들도 빠짐없이 읽었다. 출판된 사진집을 보면서 사람 몸의 아름다움에 빠져 누드사진에 관심을 쏟은 게 지금에 이르게 됐다.

사진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뒤 <아리랑>사진기자였던 선배를 따라 참가상이라도 받아 볼 요량으로 새한칼라사진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의 박물관엔 빼곡하게 들어찬 카메라 이외에도 많은 작품사진들이 걸려 있다. 전시회가 한창 진행되는 중이다. 그는 후배 사진작가들이 전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게 박물관 한 쪽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여기서 열린 전시회는 <월간 영상>이란 잡지에 그가 쓴 사진 평론과 함께 실린다.

그의 박물관에선 어느 누구나 전시회를 가질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는 이제 막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초년생에게도 “미국에선 7살짜리도 전시회를 연다”며 전시회를 하라고 권한다. 실력이 늘 때를 기다리다 보면 ‘평생 전시회를 갖지 못 한다’는 생각에서다.

사진을 배우겠다며 찾아 온 고등학생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고 전시회를 갖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어느 정도 연륜이 있어야 전시회를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실력이 있어야 하고 연륜이 있어야 전시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남들 보기에 형편없는 사진이라도 한 번 두 번 전시회를 열다보면 연륜이 쌓이게 된다는 것.

그는 이어 “전시회는 남들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이게 나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단다.

“사진을 잘 찍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 그냥 느낌이 닿는 대로 셔터를 누르면 그것이 곧 예술인거야.”

최근 준전문가용카메라가 값 싸게 나오면서 디지털카메라 사용인구가 늘었다. 자연히 사진에 취미를 갖게 된 사람들도 동시에 늘었다. 이들은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책을 보기도 하고, 동호회를 쫓아다니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최 작가는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는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찍으라’고 조언한다. “사진을 정말 잘 찍는 사람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해서 사진작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한 사진작가가 절벽위에서 사진을 찍다 아래로 떨어져 죽을 위기에 놓였어. 살기위해 기를 쓰고 올라오다 바위틈에 피어 있는 꽃을 보고 감동을 받아 찍었어. 그러나 그 작가의 감동이 사람들에겐 전해지지 않아. 사람들에겐 꽃을 찍은 것에 불과해. 그때 그 감동은 사진을 찍은 작가만이 느낄 수 있어. 안 그래?”


등단시인…저서 12권 펴내

최 작가는 다수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삶터 문학>을 통해 ‘사랑이 들린다’ ‘무인도’ ‘화산역’ 등의 시로 등단했다. 그의 시에선 낯선 두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경험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가 펴낸 시집엔 직접 찍은 누드사진과 쓴 시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가 펴낸 시집으로 ‘사랑으로 떠난 슬픈이여 누구에게든지 불 타거라’ ‘겨울 나그네’ ‘사랑은 홀로 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그는 평북 신의주 출신으로 1·4후퇴 때 부모를 따라 남으로 내려왔다. 1970년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누드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까지 30여회 개인전을 가졌으며, 작품집과 시집 등 12권의 책을 냈다. 또 최영 작가 홈페이지(www.ppknude.com)에서 그의 작품과 사진분야 강의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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