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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합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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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합리적인가
  • 우석봉 교수
  • 승인 2014.10.30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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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우석봉 대전대학교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 10,000원 짜리 메뉴와 9,900원 짜리 메뉴 중에서 어떤 가격에 소비자는 더 끌릴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9,900원 효과’는 쉰들러와 아이만이라는 심리학자의 ‘미결정 효과’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중요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데 숫자의 경우는 왼쪽의 큰 단위를 더 잘 기억한다. 예컨대, 20,000원과 19,900원이 있다면 비록 100원 차이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격의 왼쪽의 숫자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1만 원 이라는 가격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용량, 같은 가격의 과자라 하더라도 소수의 크기가 큰 과자가 인쇄돼 있는가, 아니면 다량의 크기가 작은 과자가 인쇄돼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양은 달라진다. 이러한 예는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하는 것만큼 소비자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 대전대학교 산업·광고심리학과 우석봉 교수

사람들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보편적인 오류 요인에 대한 인지적인 연구로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인간의 다양한 비합리적 오류행동의 패턴을 제시했다. 타인은 물론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그리고 고정관념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가장 흔한 기제들이다. 중소기업의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동을 평가절하할 수만도 없다. 비록 합리적이진 않지만 간편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정신적인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구매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방망이와 공을 합친 가격은 1,100원이다. 방망이의 가격이 공보다 1,000원 더 비싸다. 그럼 공의 가격은 얼마일까? 많은 사람은 공의 가격은 100원이라고 쉽게 결정해버린다(답은 50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익숙한 방식대로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쉽게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기제는 의식적인 통제범위를 벗어난 연상효과이다. 쇼핑을 하기 전 어떤 소비자는 경제에 관한 기사를 읽었고, 또 다른 소비자는 쇼핑이 주는 쾌감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고 하자. 그러면 실제 쇼핑을 할 때 누가 가격이나 성분 등을 더 꼼꼼히 점검할까? 경제 기사를 읽은 소비자이다. 기사 자체가 좀 더 합리적인 쇼핑을 하도록 의식적 통제를 벗어나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를 ‘플로리다 효과’라고 한다. ‘닭다리는 4개이다.’라는 문장과 ‘닭다리는 3개이다.’라는 문장에서 틀린 문장을 찾게 하면 어떤 문장이 틀린 문장이라고 더 빨리 반응할까? ‘닭다리는 3개’라는 문장이다. 다리는 흔히 4개라는 친숙성이 판단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장의 일부만 낯익어도 문장 전체를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포장지나 광고 또는 안내문에 쓰인 글자체, 종이의 품질, 컬러, 문장의 운율 등도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자신이 확신하는 것 보다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좀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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