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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스튜디오” 지역문화 현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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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스튜디오” 지역문화 현장 탐방
  • 정상현 시민기자
  • 승인 2014.10.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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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간 폐교에 일군 풋풋한 인간 감자의 삶을 보다.

[소비라이프/ 정상현 시민기자] 단풍을 노래하기에 아직 이른 초가을, 차창을 스치는 들녘의 풍경은 지난여름 쏟아 부은 땀과 기다림의 결실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베이비 붐머들의 대량 은퇴로 제2의 인생설계를 고민하는 추세에 귀농 귀촌도 한 가지 대안으로 주목을 끌면서 역경을 이겨내고 지역문화 공간을 일궈 자리 잡은 현장이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고천로길 105번지에 있는 “감자꽃 스튜디오”이다.

▲ 감자꽃 스튜디오 현장

서울의 유수대학과 선진국에서 남부럽지 않는 스펙을 쌓은 40대 젊은이(이선철)가 십여 년 전인 2002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원도 평창의 산촌을 찾았다가 이촌향도로 취학아동이 줄어 폐교가 된 건물에 복합문화공간을 일궈 틀을 잡은 곳이다. 화전민들이 흩어져 살았던 산골 분교가 1999년에 폐교된 후, 운영자가 교육청으로부터 임대 사용하다가 2004년에 평창군과 강원도 문화관광부서의 지원과 건축가의 재능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튜디오의 특징은 옛 학교 건물의 원형을 유지 존치함으로써 지역민의 상실감을 훼손하지 않고 이해와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 난 사례이다. 전면에 아트리움을 증축하고 교실 내부를 개조하여 1층에는 취사 휴게시설, 학교의 역사와 흔적을 떠올릴 수 있는 소품들을 모아둔 분교 박물관과 산촌 자연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 있으며, 2층에는 칸막이를 터 강당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극장 겸 스튜디오로 개조하여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건물 전면에 마을 홍보와 도농교류 및 농촌 관광을 위한 마을 갤러리를 추가로 증축하여 주민들의 작품과 특산물 전시와 행사 장소로 쓰이고 있다. 또한 개관이후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의 창작과 연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 청소년들과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 교육과 향유의 공간으로, 방문객들과 단체들에게는 워크솝과 주변 자연 생태 탐방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옛 학교에서 열리던 계절별 행사의 명칭을 살린 봄소풍(마을축제), 분교캠프(방학캠프), 가을 운동회(숲길 걷기대회), 성탄극장(송년잔치) 등을 개최해 오고 있으며, 마을 달력과 전통예술 아카이빙, 지역예술가의 공연 음반 출판 등도 기획 전시하고 있다. 특히 공간의 운영과 프로그램은 감자꽃 스튜디오가 담당하고, 숙박과 식사 및 자연관광 체험은 지역주민에게 역할을 분담케 함으로써 공간과 마을자원의 효과적인 활용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 성공의 핵심으로 보인다.

폐교로 잡초가 무성한 건물에 한 사람의 진솔하고 끈기 있는 노력과 땀으로 지역특성을 살린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여 지역주민들과의 화합을 이루어가는 현장이 그곳에 숨 쉬고 있다. 화려하지 않으며 풋풋한 인간미 넘치는 감자꽃이 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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