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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내용은 금요일에…정부 '올빼미 발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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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내용은 금요일에…정부 '올빼미 발표' 논란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6.05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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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금요일 발표 알 권리 침해"…정부 "우연·관행"

 정부가 민감한 내용을 담은 일부 발표를 금요일에 관행적으로 하고 있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관행과 우연이라고 반박하지만 시민단체는 정보 전달 효과를 고려해 주요 통계의 발표시점을 주중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 가계동향·공직자재산공개 '금요일' 발표 관행

5일 당국에 따르면 통계청의 가계동향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이 금요일에 계속 발표되고 있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부터 시사 뉴스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금요일은 발표하기 싫은 내용을 슬그머니 내놓는 요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분기 단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을 금요일 정오에 발표하는 관행을 6년째 고수하고 있다.

가계동향은 가구의 소득과 지출 등 경제 주체들의 삶을 보여주는 통계다. 특히, 양극화의 정도를 살펴볼 수 있는 지니계수 등 다소 민감한 지표도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 취임 직후인 2008년 5월23일에 시작된 금요일 정오 발표 관행은 지난 5월 1분기 가계동향까지 6년간 25번 중 24번의 발표에서 적용됐다.

통계청의 3대 주요 월간 통계로 분류되는 산업활동동향은 매월 말일께, 소비자물가동향은 매월 1일께, 고용동향은 매월 중순께 발표된다. 전월 지표의 집계가 종료되는 시점에 발표하기 때문에 월말, 월초, 중순 등 시기만 있고 요일은 매월 달라진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역시 금요일 발표 관행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재산공개 발표 5번은 모두 금요일 오전에 발표됐다.

매년 3월 진행되는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뿐 아니라 현 정부 출범 직후에 이뤄진 새 정부 국무위원 재산공개 현황도 지난해 5월24일 금요일에 이뤄졌다.

정부 뿐 아니라 금융사들과 상장사들도 금요일을 이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은행과 지주 간 내분의 시발점이 된 전산시스템 교체 건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지난달 27일에서 금요일인 30일 저녁으로 바꿔 진행한 바 있다.

기업들 역시 금요일이나 증시가 열리지 않는 휴일이나 야간 시간대에 공급계약 해지나 계약규모 축소, 과징금 부과, 임직원의 횡령·배임 처벌 등 '올빼미 공시'를 내놓는 관행이 남아 있다.

◇ 시민단체 "금요일 발표 자제해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려면 금요일 발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발표되는 통계나 발표는 국민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전문가들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다면 주요 통계나 정책은 주중에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도 "정부의 통계나 정책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정책 수요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발표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월간 이외에 분기나 연간 단위 통계도 오해의 여지가 없게 구체적인 발표 기준을 정해 놓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일부 통계의 금요일 발표와 국민의 알권리 침해와는 상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동향을 금요일에 발표하는 것은 전임자의 관행을 따른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 공개를 발표하는 안전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금요일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홍보 담당 관계자는 "부처별로 사정이 다르지만 통계나 발표 자료 생산 부서의 요청과 부처 일정 등을 고려해 보도 계획이 정해진다.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려고 특정한 요일에 특정한 통계나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감한 사안 발표를 위해 금요일을 애용했던 전례가 있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정치개입 사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사건 등 논란이 됐던 사건의 수사 결과를 자주 금요일에 발표해 의혹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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