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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뛰는 고기 값 … '그릴의 떡'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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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뛰는 고기 값 … '그릴의 떡' 될라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5.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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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엔 고기 한번 구워먹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삼겹살 값이 지난해 최고 가격을 이미 넘어섰고 본격적인 휴가철인 7~8월에는 역대 최고가를 갱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 먹을 만한 수입산 소갈비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3등급 한우 등심 역시 이미 지난해보다 20% 넘게 가격이 올랐다.

돼지고기  대표적인 ‘캠핑 먹거리’인 삼겹살은 해마다 나들이 철이 시작되는 5월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한여름 휴가철에 정점을 찍고 다시 가격이 떨어진다. 그런데 올해는 이미 4월에 100g당 1929원으로 지난해 7~8월 가격(1830~1917원)을 뛰어넘었다. 문주석 이마트 돈육 바이어는 “벌써부터 이렇게 삼겹살 가격이 달아오른다면 올여름에는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삼겹살 가격이 뛰어오른 걸까. 돼지농가에서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일본 원전 사고 이후에 수산물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면서 닭·오리 고기까지 꺼리게 된 데다가 ▶화창한 날씨에 4월부터 나들이 인구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대형마트 축산담당 바이어들은 “수요가 늘어난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공급이 줄어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어미돼지 수를 일부러 계속 줄여온데다가 올겨울 아기돼지들이 설사병(PED)에 걸려 많이 죽었기 때문에 돼지 수가 확 줄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 어미돼지 10만 마리 감축을 추진했다. 농가가 사육하는 돼지 수가 사상 최대치(1000만 마리 이상)를 넘어서면서 2012년만 해도 돼지 한 마리(110㎏)에 35만원 하던 것이 24만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 3월 기준으로 돼지 수는 970만 마리로 줄어들었다.

중요한 것은 ‘공급의 감소’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도축되는 돼지는 8만9319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1953마리)보다 오히려 많다. 김형주 롯데마트 돼지고기팀장은 “돼지 수 감소의 영향은 올 상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물 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돼지고기 대표 가격은 1㎏당 4816원으로 지난해보다 34% 올랐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이병규 위원장은 “삼겹살 가격이 폭등하면 가계 부담을 주고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돼 농가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며 “돼지 안심·등심 등 여러 부위를 골고루 먹는다면 장기적으로 삼겹살 가격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소고기 ‘금겹살’대신 고를 수 있는 수입 소갈비 등도 가격이 올라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 지난해 호주산 꽃갈비의 국내 수입 가격은 1㎏당 6달러에서 9달러로 50%나 올랐다. 한국에서 즐겨먹는 갈비 부위를 중국에서도 대량 수입하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수출량은 15만5000t으로 약 5배나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수입량이 27% 늘면서 호주산 소갈비의 국내 수입가격도 27% 전후로 올랐다.

최근 중국이 수입하는 호주산 소고기의 60%가 갈비·등심 부위다.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는 호주산 척아이롤의 경우 국내 수입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아 눈길을 끈다.

한우 가격도 오름세다. 역시 공급 감소가 원인이다. 2012년부터 시행한 암소 감축 정책으로 송아지 수가 감소한 영향이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3월 기준 농가의 한우 수는 지난해보다 5% 줄어든 281만 마리다. 이권재 롯데마트 소고기팀장은 “공급 감소로 인해 올해는 한우 가격도 강세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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