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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 신학기, 참고서·학원·교복·책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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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 신학기, 참고서·학원·교복·책가방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2.0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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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신학기, 울상인 학부모..
 

신나는 신학기, 울상인 학부모

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교과서를 받으면 학생들은 새 책과 함께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또 한번 다짐을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사줘야 하는 새 참고서, 문제집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울상이다.
매년 새 학기가 되면 출판 업계는 참고서 가격을 인상한다. 요즘의 초등학교 참고서 가격은 만원은 기본이고, 비싼 책은 2만원을 훌쩍 넘는다. 중·고등학교 참고서 역시 만5천원에서 2만원 수준이다. 과목별로 구입하면 학기마다 수십만 원씩 참고서 구입에 투자하게 된다.

참고서 가격은 작년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6월 참고서 가격 안정화 방안을 추진했다. 참고서를 과다하게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억제한 것이다. 하지만 문화부가 조사한 2013년 새 학기 참고서 값 인상폭은 평균 2%, 최고 4%대로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반값 참고서’가 가능해?
가격이 오른다고 참고서를 사지 말자니 마음이 편치 않아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참고서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교과과정 개편, 원가 회수 등 가격이 오르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오히려 과거 출판된 책이 더 페이지 수가 많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이마트가 반값 참고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학습 전문 출판사 기탄교육의 신학기 참고서를 2월말까지 정상가격보다 5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기탄교육의 참고서 세트 6만권을 이마트가 전량 매입하는 형태로 도매상인 총판단계를 건너 뛰어 수수료를 줄이고, 출판사의 재고부담을 최소화해 가격을 대폭 낮췄다. 소비자들은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참고서 판매가 전체 매출의 80%를 넘는 동네 서점들은 불만이었다. 출판사와 10% 안팎으로 정해진 할인율로는 대형마트와 가격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 필요
지난해 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터넷서점·할인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학습참고서의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담합한 (주)천재교육 등 4개 학습참고서 출판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또한, 출판사들의 할인율 제한 담합에 관여한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도 시정명령을 내렸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www.kfco.org)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출판사 할인율 책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출판사에서 할인율을 책정함에 있어 담합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반면, 출판사 자체적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26일 부산 동구의 경남여자고등학교 교정에서는 ‘제1회 플리 마켓(Flea Market·벼룩시장)’ 행사가 열렸다. 학교 자체적으로 참고서로 인한 학생들의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3학년 학생회가 주최했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기부한 물품들이 성황리에 판매됐다. 이 행사에서는 참고서뿐만 아니라 학용품, 소설, 수필집, 옷, 음반 등 여러 물품이 대부분 100∼200원에 팔렸다.
이러한 사례는 출판과 유통의 문제를 떠나 나날이 부담스러워지는 참고서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학기, 사교육 시장도 후끈
신학기에는 사교육 시장도 활발하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학원가에 새로운 커리큘럼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 학생(13세, 남)은 “새 학기가 됐으니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새로운 학원에서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13세, 남) “지난 학기에 다닌 학원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해, 엄마와 함께 학원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는 주된 이유는 선행학습이다. 과거에는 ‘친구가 선행학습을 하니 질 수 없어서’ 공부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최근 MBN의 뉴스 보도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학교 차원에서 신입생들에게 선행학습을 강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민고등학교는 신입생들에게 고등학교 수학 1학년 과정을 예습하고, 5년간 출제된 수능 국어 문제를 풀어오라고 지시한 바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입시위주의 교육 구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것이다.

과잉 경쟁·교육 양극화 우려
하지만 선행학습은 단점이 많다. 학생들이 미리 수업내용을 학원에서 배워오면, 수업시간에 이미 다 아는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자만심에 빠지기 쉽고, 집중이 안 되는 일이 허다하다. 또 큰 틀에서는 사교육 과잉 경쟁은 물론, 교육 양극화도 초래될 수 있다.
문제는 선행학습 금지법이 아직 국회에 통과가 안 돼 제제를 가할 마땅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선행학습 금지법을 제정하기란 쉽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입법 기관의 협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인의 학습권, 부모의 교육권을 제한하는 법률 내용이 될 수 있어 반대에도 부딪힐 수 있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선행학습의 범위와 규제방법 등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학습 진도를 두고 합법, 불법을 가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습’을 한다. 방과 후 학습으로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 외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 교사보다 학원 선생님을 더 믿어서 일까, 방과 후 학습은 실질적인 사교육 시장 축소에 보탬이 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24만원 짜리 교복, 원가는 얼마?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신학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초 ‘교복가격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생활연구원에서 ‘교복 유통에 따른 소비자가격 추정’을 발표했는데 소비자가 24만원에 판매되는 동복 교복의 공장가는 고작 8만원에 불과했다. 교복 브랜드 업체가 공장가에 창고비와 운송비, 영업이익 등 최소 7만원을 더해 교복 대리점에 15만원에 출고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다시 교복 대리점은 임대료 등 간접비와 영업이익 최소 9만원을 더해 약 24만원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80% 이상이 입고 다닌다는 유명 브랜드 교복 한 세트는 25만원~30만원 선. 자녀가 둘인 집에서는 신학기 교복을 사는 데에 60만원까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이 정도의 가격은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조 씨(42)는 “브랜드 교복 값이 너무 부담이 된다. 아이들의 학교 교복이라 구매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또 활동량이 많다 보니 한 벌로는 부족해 두벌을 살 때도 있다.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교복값 거품, 정부가 주관해서 나서야
업체들은 “가격 상승 요인은 신학기에 집중 판매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수요 예측이 어렵다. 재고율이 30%까지 되는 것이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교복업체 ‘스쿨룩스’의 한 관계자는 “교복 한 벌 당 원단 스타일이 1,800여 가지이고, 기능성은 20가지가 넘는 수준”이라며 “막대한 개발비와 은나노 원사 등 고급 소재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무시 못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 교복은 소량생산이면서도 업체 간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 단가가 올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연맹(www.kfco.org)은 “교복의 가격 거품에 대한 논란은 지루하게 이어져 왔다. 업계의 이해관계보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 교복을 착용하는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특히 경쟁 입찰제와 학교주관구매 등을 통해 교복 가격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가격상한제를 도입해 적정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초등학생들의 ‘책가방’ 양극화
신학기에는 책가방을 구매하는 소비자 또한 늘어난다. 올해는 특히 ‘출산붐’이 일어났던 황금돼지띠 해에 태어난 2007년 생 아동들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해라 그 수요가 일찌감치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여러 대형 마트와 백화점을 통해 각 브랜드마다 신학기 맞이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학기 아동용 가방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양극화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1만9천원에서 100만원까지, 가격 천차만별
롯데마트의 경우 신학기를 앞두고 학생가방 100여 개 품목을 최대 40% 가량 세일하는 ‘신학기 학생가방 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방문 결과 ‘아동/주니어용’ 학생 가방은 최소 1만9000원에서 최대 10만원 대의 가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유명 아동 브랜드인 빈폴 키즈나 닥스 키즈의 경우에는 책가방 가격만 대략 15만원 정도이고, 보조가방은 5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책가방과 보조가방을 세트로 구매할 경우에는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비싸지만 ‘내 아이 기죽을까봐…’
한편, 일본 브랜드인 란도셀의 경우 책가방 가격이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이다. 가격이 비싸지만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학부모 사이에선 신학기용 가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아이가 기가 죽거나 따돌림을 당할까봐 무리를 해서라도 고가의 브랜드 가방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대해 소비자 단체들은 “자녀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가격 또는 브랜드 등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물질주의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별취재팀>


어린이·청소년 인체 내 유해물질농도
선진국에 비해 높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부터 2년 동안 전국의 초·중·고(만 6~18세) 어린이·청소년 1,820명을 대상으로 한 체내 유해물질농도와 환경노출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중금속(납, 수은) 체내 농도가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 비해 약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는 1.26 ㎍/dL, 청소년 1.11 ㎍/dL로 미국과 캐나다보다 높았으나, 독일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건강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참고값은 10 ㎍/dL이지만 최근 그 이하에서도 신경계나 신장손상, 학습장애 등 건강영향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어 지속적인 노출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혈중 수은 농도는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높게 나타났으나 미국 환경보호청(EPA) 권고 기준인 5.8㎍/L보다 낮았다.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 중 비스페놀 A의 소변 속 농도는 미국보다는 낮고 캐나다와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프탈레이트 대사체 중 모노부틸프탈레이트 농도는 미국, 캐나다보다 높게 나타났다.

어린이 활동 공간 관리 필요
국내 성인에 비해서는 어린이의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의 농도가 비스페놀 A의 경우 1.6배, 프탈레이트 대사체는 최대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린이가 청소년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손가락을 빨거나, 바닥에 앉아 노는 등 어린이의 행동특성과 관련된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추정했다. 비스페놀 A와 프탈레이트 대사체는 생식기계 발달 및 내분비계 이상 등 건강이상과의 관련성이 크게 의심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어린이 활동공간에 대한 환경 관리가 중요하며,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이 함유된 용기, 장난감 등에 어린이가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생활습관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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