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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연료의 위기 속에서 태어난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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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연료의 위기 속에서 태어난 산업혁명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07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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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잉글랜드에서 숲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빼 먹는 곶감과 같은 것이었다. 살림터를 마련하고자 벌목했고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나무를 벴다. 땔감을 확보하기 위해 나무를 벨수록 산림은 점점 황폐해졌다. 이러저런 이유로 산림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산림의 부족은 곧 목재의 부족을 낳았다. 목재는 전함을 만들 때도 필요하지만 철을 녹일 때도 필요했다. 숯은 높은 화력에 쉽게 탄다. 철광석에서 철을 1톤 생산하는데 필요한 숯은 1000톤이었다. 철 생산에 필요한 비용의 3/4을 숯이 차지할 정도였다.  

쇠를 연하게 만들려면 망치로 두드리고 식히고를 반복해야만 했다. 목재의 부족으로 숯 생산이 줄어들자 철 생산량도 감소했다. 결국 품질 좋은 철광석을 가진 목재 강국 러시아와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철을 비싼 가격에 수입하게 된다. 이것이 물가상승의 원인이었다. 

이런 비용 문제를 해결한 게 바로 석탄이다. 철기시대가 시작된 대장간에서 18세기 초까지 이어진 제련의 역사에서 철을 생산하는데 사용된 원료는 숯이었지만 아브라함 다비(Abraham Darby)가 나타나 석탄 용광로를 만들면서 세상은 달라졌다. 

석탄을 활용해 철을 만드는 기술은 예전부터 시도되었지만 석탄이 타면서 발생하는 황(S)이 문제였다. 황이 철과 결합하면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깨지다 보니 제 역할을 못했던 것이다. 

철제용기를 만들던 다비는 고민 끝에 철의 품질개선을 위해 제철소를 세우기로 한다. 다비는 저황탄을 구하기 쉽고, 철광석이 풍부한 ‘세번(Severn)’ 강이 흐르는 콜브룩데일(Coalbrookdale)에 제철소를 세운다.  

다비는 폐기된 고로를 개수해 6개월 동안 저황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면서 1709년에 코크스 제조에 성공한다. 공기를 차단해 밀폐시킨 로(爐)에 저황탄을 넣고 고온으로 건류하여 코크스를 제조했다. 완성된 코크스를 이용해 품질 좋은 철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도 성공한다. 

맨체스터와 버밍험 사이의 작은 시골에서 성공한 이 제조법은 당시에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1717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디비가 세상을 떠나고, 다비2세와 손자인 다비3세가 이어가면서 기술은 진화되었고 코크스의 활용도가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다비3세 때에는 제임스와트의 증기기관을 사용하면서 당시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제철소로 성장한다. 증기기관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좋은 철이 필요했고 이를 이용해 증기기관이 퍼져나갔다. 철은 철로를 만들며 운송의 혁명을 낳았다.

18세기 후반에 들어 코크스 제조법은 브리튼 섬 전체로 확산됐고 제철공업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열원을 석탄으로 사용하다 보니 1800년경에 이르러서는 잉글랜드 제철소 3/4이 탄광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다. 

거리적 제한이 줄어들면서 석탄 채취와 철 생산까지 이어지는 공정을 구축한 기업이 출현하게 된다. 숯을 사용했던 용광로는 25개로 정체되었지만 코크스를 사용하는 용광로는 1760년 14개에서 1790년에 86개로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다.

철 생산도 영향을 받아 1740년 1만 7000톤 생산에 그쳤던 것이 1778년 6만 8000톤으로 늘더니 1806년 25만 8000톤, 1839년 124만 8000톤으로 급성장한다. 1852년에 이르러 잉글랜드는 당시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체 철의 절반에 이르는 270만 1000톤을 생산한다. 

철을 만든다는 것은 철로 만드는 다른 산업의 성장을 의미했다. 군수산업을 비롯해 자동차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석탄을 코크스로 만든 단 하나의 기술이 단순한 부의 창출을 넘어 다이아몬드보다도 값진 인류사의 혁명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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