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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의료조정중재원 조정신청 자격은 의료사고 피해자로 제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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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의료조정중재원 조정신청 자격은 의료사고 피해자로 제한돼야!
  •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 승인 2021.08.2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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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로 인한 신속한 피해구제와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을 위한 법(이하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이 운영된 지 8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조정중재원이 운영되면서 조정성립율이 90%까지 오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집단 보이콧 등으로 조정참여율이나 건당 평균조정금액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번 법 개정이 시도되었고, 얼마 전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으로, 조정신청이 있는 경우 피신청인의 동의 절차 여부에 대해 서면으로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도록 한 것은 운영 초기부터 조정중재원의 중요한 과제였던 조정참여율 재고를 위한 방법으로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조정중재원 운영 과정에서 초기 의료계의 집단 보이콧으로 조정참여율이 매우 저조하였고, 이 같은 조정참여율 재고를 위한 방법으로 해당 규정을 삭제하는 안(자동조정 개시)과 그 대안으로 반드시 부동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하는 현재 개정안이 제안되어 20대 국회 소관위인 보건복지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나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개정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던 안이다. 

개정안은 의료사고 피해자를 신청인으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피신청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기본법’이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이하 ‘언론중재법’)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들 두 법안을 살펴보면 피해구제 신청 자격을 소비자 또는 피해자로 제한하고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서만 공급자들인 기업이나 언론사 등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두 법안에서 모두 신청인을 소비자나 피해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무기대등의 원칙 위배)으로 인해 절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소비자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소비자기본법 및 언론중재법과 달리, 신청인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고있지 않아 의료사고의 특성(전문성, 밀실성 등)으로 인해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의료피해자가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이미 위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정보에 매우 취약한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이 의료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입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조정신청에 부동의 할 경우, 그 부동의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하게 하여 소극적 의사표시(답하지 않는 것)로 인한 미참여자를 줄여 조정참여율을 재고하겠다는 취지에는 우선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조정신청을 할 경우, 현재의 조정제도와 의료사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정보가 없는 의료소비자인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이 상대가 신청한 조정에 응하지 않는 사유를 조정 전 제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국은 환자나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법에서 임의조정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소송할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법 제정 당시 우리 단체를 포함하여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입증책임전환, 보험체계화, 임의조정 방식 등의 규정 중 유일하게 받아들여진 조항이었던 것이다.
조정중재원의 과제인 조정참여율을 재고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해당 규정을 삭제하는 것(자동조정 개시)을 가장 바라고 있으나 이는 시민단체는 물론 의료계의 큰 반발이 예상되므로 이를 완화하는 단계로의 개정안으로 볼 수 있다.

이 법에서 절대적 약자인 의료소비자나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소비자기본법이나 언론중재법과 같이 의료소비자나 의료사고 피해자로 조정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이를 전제로 위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이 조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신청인 자격 제한규정을 두고,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이 개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의료사고에서 절대적인 약자인 의료사고피해자와 가족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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