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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답례문화, 이젠 육아휴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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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답례문화, 이젠 육아휴직까지?
  • 이예지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6.0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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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처럼 굳어진 직장 답례문화, 최근엔 육아휴직도 답례품 돌려
엄연한 권리 행사다 VS 회사 배려에 대한 성의 표시해야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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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예지 소비자기자] 최근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떠나는 여성이 동료에게 '답례품'을 돌리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육아휴직에 따른 심적 부담감을 은연중에 떠안기고 있는 현실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출처 : 이예지 소비자기자
출처 : 이예지 소비자기자

온라인에서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우는 데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답례품을 전했다는 글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 '#육아휴직답례품'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이 1,000개 이상 나온다. 답례품 업체의 제품 홍보 글을 비롯해 여성들이 직접 돌린 답례품 '인증' 글이 있다. 주로 간식이나 양말, 비누 등에 '그동안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아이 낳고 돌아올게요', '날씬해져서 돌아올게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육아휴직 답례품'을 검색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다수는 육아 커뮤니티에서 작성한 것으로, 육아휴직 답례품이 필요한지 묻는 글이 많다.

육아휴직 답례품은 직장 내에서 오래 형성된 선물 관행 문화의 확장 형태이다. 여행 기념품, 공무원 시보떡, 승진턱, 인사발령 답례품 등의 형태가 있다.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답례 문화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남녀 근로자가 양육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권리이다. 그런데도 육아휴직 답례품을 통해 성의를 표시하는 것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미안한 행위'라는 인식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A 씨는 "직장 내 이미 정착한 답례품 문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 답례품을 돌리게 됐다"며 "왜 엄마들이 죄인이 되어야 하냐. 이런 분위기가 결국 여성을 경력단절녀로 만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장인 B 씨는 "육아휴직 사용 시 동료들의 배려나 희생이 없다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배려나 희생에 대한 책임을 육아휴직 하는 개인이 전부 떠안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개인이 사비를 들여 답례품을 돌려야 양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개인의 부담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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