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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임대 아파트의 어두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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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임대 아파트의 어두운 현실
  • 김예닮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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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의 최저생계비, 노후된 시설 문제
영구 임대 아파트 거주자를 위한 사후 복지 필요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김예닮 소비자기자] 정부는 최저생계 층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영구 임대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 임대 아파트 거주자들의 대다수는 '집'만으로 가난을 해결할 수 없기에 입주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영구 임대 아파트는 최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지어졌으며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 국가유공자, 장애인과 같은 이들이 평생 거주할 수 있다. 임대 아파트의 목적과 표면적 이유는 최저소득층의 생활을 더 나은 수준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영구 임대 아파트 거주하는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에게는 생계비 50만 원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임대료와 관리비로 20만 원을 지급하면 30만 원이 남는다. 실제 많은 영구임대 아파트 주민은 가난과 고독으로 허덕이고 있으며 한 영구 임대 아파트 주민에 따르면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1년에 평균 2~3명 정도라고 한다. 심하게는 고독사로 사망한 뒤 한참 뒤에 발견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정부에서 주는 생계비는 영구 임대 아파트 거주자들이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1인 가구의 최저 생계비는 최대 50만 원이지만 임대료와 관리비를 뺀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따로 노동하여 임금을 받으면, 정부는 '벌이가 있다'라는 이유로 생계비를 일정 부분 중단해버린다. 예를 들어 한 달 일해서 5만 원을 벌면 최대 6개월 동안 생계비에서 월 5만 원을 제외하고 지원한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거주자는 "일을 해도 수급비에서 다 빼어버리니까 겁이 나서 일을 못 하겠다"라고 말하며 일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구 임대 주택은 정책 성격상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순위를 매겨 1순위부터 차례대로 입주권이 주어진다. 이에 대해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기획 차장은 "그렇기에 시간이 갈수록 경제활동이 없는 노약자와 장애우분들이 많아지고 결국 그 지역사회는 병들고 폐해지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약자와 장애우분들의 비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건물의 노후화 문제이다. 실제로 한 영구 임대 아파트의 콘크리트가 부식해서 차량 위로 떨어졌던 사례가 있으며, 잘못하면 사람에게도 떨어져 인명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90년대에 완공된 이후로 건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입주자들의 불만이 늘어가고 있다.

입주 당시에는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였지만 중간에 탈락한 주민에게도 또 다른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매년 20%씩 오르고 있어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영구임대 아파트는 재계약 시 입주한 당시의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이 5%씩 인상된다는 국토교통부의 고시가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수급자 등에서 제외되었지만, 영구 임대 주택 거주를 희망하면 '영구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 산정기준'에 따라 20%씩 증액하는 것이 옳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영구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 산정기준은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책정된 조항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이 조항이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국 도시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임대 아파트와 같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공간 지원 정책은 사실상 별 효력이 없다. 아파트를 짓는 데까지만 국가가 지원하고, 그 안에 들어가 거주한 이후부터는 국가의 재정 지원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 해양부 입법조사관은 "정부는 주택을 짓는 것보다, 주택을 지어서 잘 관리하고 거주자들의 사후 복지에 더 치중해야 한다. 건물만 늘려가고 그 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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