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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원더풀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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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원더풀 미나리
  •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 승인 2021.03.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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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
미나리는 어려운 환경에 주눅 들지 말고 쑥쑥 잘 자라 주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

[소비라이프/김정응 퍼스널브랜딩연구소 대표] 영화 <미나리>가 화제의 중심에 뜨겁게 서 있는 요즈음입니다. <미나리>는 낯선 미국에서 겪는 한국인 이주가족의 애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미나리의 정서적인 상징성 때문일까요. 자연스럽게 메시지의 공감도 높아서 이런저런 자리에서 미나리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상복(賞福)이 터진 것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배우 윤여정 씨가 그 중심에 있으니 저로서는 더욱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그런데 영화에 대한 이런 공적인 관심도 의미가 있지만 제 개인적인 측면에서 강하게 흡수된 느낌은 미나리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습니다. 아마 당신도 미나리 영화를 보았다면 저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억 여행의 시발점은 영화 속의 대사였습니다.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아무나 뽑아 먹을 수도 있다. 약도 되고 김치도 담가 먹는다. 미나리는 원더풀이다.”

대사를 곱씹을수록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정이삭 감독이 이 영화를 ‘나의 할머니에 대한 헌사’라고 말한 것처럼 미나리 매운탕을 끓여주시던 할머니의 모습과 함께 기억 저편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친숙한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선생님의 음성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옛날처럼 미나리의 가르침을 강조하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미나리를 닮아라.”

어린 시절의 그때에는 선생님의 이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자란 시골에서 미나리는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는 풀이었습니다. 연못가의 가장자리나 논두렁 끝, 그리고 지저분해 보이는 개천의 습지에서 잘 자랐습니다. 그런데 미나리는 열악한 성장 환경과는 달리 그 맛은 어른들이 표현하는 그대로 기가 막혔습니다. 미나리는 어려운 환경에 주눅 들지 말고 쑥쑥 잘 자라 주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이었음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나 알게 되었습니다.   ​

미나리가 이런 추억의 한 장면으로 장식되다 보니 초등학교 친구들의 대화에서 미나리가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한 친구는 미나리 홍보 동영상을 카톡 방에 공유하고 또 다른 친구는 영화를 보러 가자고 재촉도 하더군요. 이러한 미나리 우정은 어린 시절 미나리에 대한 추억이 그만큼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병아리 떼 뿅뿅뿅뿅 놀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

미나리에 대한 추억을 반추하자니 새삼 세상에 스승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온 세상이 학교이고 만물이 선생님이라고 한다지요. 그런 의미에서 미나리는 큰 스승인 것 같습니다. 미나리꽝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간에 저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코로나 등 모든 것을 남 탓, 환경 탓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면서 말입니다.   

엊그제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저만치 와있는 지금, 봄의 소리가 다정히 들려옵니다. 튤립 싹이 고개를 내미는 소리, 꽃망울 터지는 소리, 나뭇가지의 새순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까지. 그런 봄기운과 함께 미나리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더 신선한 봄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인한 생명력의 미나리 정신도 배우고 또한 실제 미나리를 맛있게 먹고 힘을 낼 수도 있으니까요. 미나리 중에서도 봄 미나리가 으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 마이 라이프!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이젠 휘둘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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