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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단 약물 미프진 국내 도입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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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단 약물 미프진 국내 도입 '청신호'
  • 김지애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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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 영국 제약사와 경구용 임신 중단 약물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 체결
식약처 측 빠르면 6개월 내에 허가 가능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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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지애 소비자기자] 현대약품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 중단 약물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을 관련법 개정 시한으로 뒀다. 하지만 국회는 시한 내에 낙태죄 개정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렇게 올해 1월 1일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했다. 낙태 관련 대체 입법이 늦어지면서 의료계와 여성들은 입법 공백 속에서 혼란을 겪었다. 

낙태죄는 없어졌지만 임신 중단 약물은 여전히 불법이고 처방도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자연유산 유도제가 없기 때문이다. 임신 중단 약물이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에게 임신 중단 약물을 보내주는 비정부기구도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검색 몇 번으로 불법 낙태약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많은 여성은 온라인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불법 낙태약을 구매하며 부작용과 후유증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낙태약 불법 판매 적발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여성단체, 약사단체 등은 낙태죄 폐지 이전부터 임신 중단 약물 미프진 도입을 촉구해왔었다. 2019년 7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글에 23만 5천여 명이 동참해 청와대의 답변을 받기도 했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 중절 성공률이 100%에 가까운 임신 중단 약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었다.  

그러던 지난 2일 현대약품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 중단 약물 미프진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미프진 국내 도입은 불법 임신 중단 약물의 위험성을 우려해 여성들의 안전을 고려한 선택이었으며 향후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 중단 약물 복용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성 네티즌들은 “드디어 미프진이 도입되는구나”, “와, 현대약품 잘했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일부 여성들은 현대약품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의 현대약품에 대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미프진 도입이 발표된 후 현대약품의 주가는 이전 거래일 대비 3.86% 오른 8,07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미프진 도입은 여성들이 느끼는 현대약품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미프진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 임상시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미프진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미프진 도입을 반대하는 종교계도 존재한다. 때문에 미프진 도입에 대한 각기 다른 견해들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현대약품의 허가 신청서가 들어오는 대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상 신청서가 접수되면 허가까지 최대 120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신속 허가 심사 절차 등을 밟을 경우 6개월보다 짧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는 임신 중단 약물 도입에 있어 한발 나아갔지만 '아직 미프진에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하는가', '미프진을 어떻게 처방해야 하는가' 등 다양한 논의가 남아있다. 약물을 복용하는 당사자가 여성인 만큼 여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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