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뿐만 아니라 솜 관리법, 세탁법 등 알려줘 인기
[소비라이프/이혜주 소비자기자] 어릴 때 인형을 갖고 놀다 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릴 때 산 인형을 성인이 돼서까지 가진 일명 ‘어른이(어린이+어른)’도 있다. 하지만 인형도 물건이다 보니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도치 않게 터지고 찢어져 눈물 흘리는 ‘어른이’들을 위한 인형 병원이 등장하고 있다.
인형 병원은 따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보통 공방과 함께 운영한다. 하지만 인형 병원 운영자 A 씨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수선 예약이 너무 많아 인형을 따로 만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수선 예약이 들어왔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인형 재료를 가지고 수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형 상태를 보고 이에 가장 비슷한 재료를 찾기 위해 직접 부자재 시장에 가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고 덧붙였다. 애착 인형인 만큼 기존 인형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야 하므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해외 직구 시장까지 검색한다고 한다.
공방이 인형 병원을 같이 할 경우 오프라인으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집에서 수선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보통 온라인으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인형 병원이 개인 블로그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수선 예약을 잡을 수 있다. 예약을 잡으면 운영자가 전송하는 주소로 인형을 보내면 상태를 살피고 수선할 부분과 수선 비용을 제시한다. 수선비가 보통 인형 한 개 값보다 비싸고 부자재 시장에서 재료가 있는지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인형 병원 이용자 20대 B 씨의 경우 "비슷한 재료가 없어 해외 직구 시장에서 재료를 구매해 깨진 눈과 코를 수선하는 데만 3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인형 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가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애착 인형을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B 씨도 수선 비용의 상한선을 인형 가격의 3배가 넘는 5만 원으로 잡았다고 한다. 또한, ‘어른이’뿐만 아니라 아이가 인형을 계속 물고 빨아서 위생이 걱정되는 어머니들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수선이 끝난 후에는 인형 사진을 받고 더 수선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 후 택배로 보내준다. 수선부터 택배로 받는 때까지 보통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인형만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인형 관리법을 함께 보내줘 인형을 좀 더 깨끗하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형 솜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고 플라스틱으로 된 눈이나 코 부분이 깨지지 않도록 빨래망을 사용하거나 손으로 빨래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애착 인형을 빠른 시간 내에 새것과 같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개인 간 거래인 만큼 바가지 쓰지 않도록 꼼꼼하게 물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A 씨는 "재료 값의 경우 인형마다 다르겠지만 세탁비나 수선비는 인형의 크기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이를 먼저 물어봄으로써 다른 업체와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노블럭과 같은 '키덜트 상품'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온·오프라인에서 '키덜트샵' 오픈이 늘어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약 1조 6천억 원, 미래에는 11조 9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키덜트 문화 관련 산업 규모는 2015년 원화로 12조 원을 넘어섰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집콕'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키덜트 시장 산업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키덜트족이 덜 성숙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카오프렌즈'나 '라인프렌즈'와 같이 키덜트 캐릭터가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아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키덜트에 대한 문화적 경계는 많이 허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인형 병원이 인형 관리법, 키덜트 상품 수선 방법 등을 알려주며 올바른 소비 문화를 확산시켜 준다면 키덜트 문화 산업의 긍정적인 발전과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