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학폭 미투 현상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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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학폭 미투 현상이 남긴 것들
  • 이은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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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한 명의 용기가 불러온 나비효과
폭력에 대한 경각심 일깨웠지만… 2차 피해도 고려해야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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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프로배구 선수가 과거 집단 내에서 폭력을 행사했던 사실이 피해자에 의해 밝혀지면서,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학폭 미투’가 확산되고 있다. 각 사건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무고한 2차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 네티즌이 현 프로배구선수에게 과거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음을 폭로했다. 정황상 사건의 주범이 흥국생명 소속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여러 피해자의 진술이 더해지면서 그들의 그릇된 행보가 밝혀져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결국 학교폭력 사실을 시인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한 피해자가 낸 용기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체육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왔다.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건을 계기로 많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유명인들의 과거 이력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남자배구부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 심경섭 선수에게서 학창 시절 지속적인 조롱과 구타를 당해 신체상의 상해를 입었음을 고발하는 글이 게시됐고, 선수 본인이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스포츠 스타들의 과거 부적절한 행보에 대한 고발은 배구계를 넘어서 일파만파 퍼졌고, 많은 선수들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감독들의 과거 폭력 사건 또한 재조명되며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사회적 논란은 ‘나도 당했다’라는 의미의 ‘학폭 미투’ 혹은 ‘학폭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확산하며 연예계까지 닿았다. 지난 2주간 많은 아이돌 스타와 배우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대중의 심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으로 연예인에 의한 학교폭력 피해 경험담이나 목격담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연예인에 대한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모인 ‘피해자 모임’이 형성되기도 했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 대부분은 해당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허위 사실에 대한 ‘강경 대응’이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진행될까? 학교폭력예방법 2조에 따르면,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가 학교폭력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만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다. 또한 학교폭력을 당한 당시에 신고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고,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권은 3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학폭 미투’가 발생한 배경에는 이러한 처벌의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인은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용해 법 대신 대중의 심판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부는 지난 24일 ‘학교 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 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이뤄진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다음 달부터 4월까지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폭력 사건에 대한 제재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2년까지 종목단체별 징계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임을 밝혔다.

한편, ‘학폭 미투’ 사건을 두고 언론과 네티즌의 의견이 분분하다. 폭력 사실이 확인된 선수들은 징계를 받았다.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고, 송명근 선수는 잔여 시즌에 대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과거의 행위가 실제 징계로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은 자신감을 얻고 세상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번 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에게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제2의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폭력 고발 현상이 유행처럼 번져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됐다. 새로운 폭력 의혹이 제기되면 바로 언론의 보도가 쏟아졌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언급이 오가고 난 후에 대중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기정사실로 남기 쉽다. 폭로 글 중에서는 해당 인물에게 실제 폭력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과거 외양이나 주변인 등을 기반으로 판단한 개인의 주관적인 평가를 남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건의 본질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집단 내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나 무분별한 추측은 잠시 넣어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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