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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환경을 망치는 데이터센터, 유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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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환경을 망치는 데이터센터, 유지해야 하나?
  • 배홍 기자
  • 승인 2021.02.17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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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전송 한 번에 1g,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0.2g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
주요 기업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

[소비라이프/배홍 기자] 데이터들이 오가는 경로는 사람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그 모든 과정은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이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망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젠 데이터센터에 대한 환경적인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이메일 한 번에 탄소 1g 배출
IT기업들은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구현 등 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데이터센터는 관련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치와 이 기기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발전기, 무정전 전원장치(UPS), 항온·항습기, 백업 시스템, 보안 시스템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들은 흔히 환경 위험 요소로 화석연료를 떠올린다. 연료로 사용되는 나무,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 등을 연상하는데,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도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수 없다.

KBS가 지난해 12월 “인터넷 사용이 환경오염 유발”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에 따르면, 이메일 전송 한 번에 1g,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0.2g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한 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면 자동차로 1km를 주행하는 것과 같다. 온라인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활동 자체가 탄소를 배출한다는 의미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가 버려진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비닐처럼 눈에 보이는 공간을 차지하며 쌓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와 명백한 관련이 있다.

PC나 노트북을 사용하든 스마트폰을 보든, 화면 안에서 빠르게 오가는 정보들은 결국 전기가 있어야 한다. 화석원료 에너지 기반이라는 것이다. 데이터가 오가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도 어마어마하다. 케임브리지 대학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기소비 지수’에 따르면 한 해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량은 74.01테라와트시(TWh)로 추정된다. 이 전력량은 칠레 등 남미 국가의 한 해 평균 전력 소모량을 능가하는 수치다.

디지털화된 정보나 데이터가 오가려면 서버가 있어야 한다. 서버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전기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나 PC를 오래 사용하면 발열 증상이 생기듯, 많은 데이터가 오고 가면 그 서버는 열기를 식히고 냉각시켜야 한다. 씨게이트테크놀로지(Seagate Technology)가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뢰해 발간한 ‘데이터에이지2025(Data Age 2025)’ 백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총량은 약 163제타바이트(ZB)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1제타바이트는 1조 기가바이트를 넘는데, 전문가들은 인류가 수십 년간 축적한 양보다 향후 2~3년 동안 증가하는 데이터양이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 기업들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화제가 되면서, 주요 기업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다.

NHN이 경기도 성남 판교에 설계 및 구축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열린 제22회 올해의 에너지 위너상에서 ‘이산화탄소 저감상’을 수상했다. 당시 NHN 측은 “이 기기는 특허 등록한 간접 기화 냉각 방식으로 외기에 의한 오염 및 고습도 피해를 방지한다”면서 “서버실마다 공조설비를 구성해 서버실의 운영 온도를 개별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세종시에 구축할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마스터플랜 심의를 완료했다. 네이버 홍보실 관계자는 “자연과 공존하는 그린테크 기능의 경우 자세한 부분까지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춘천 데이터센터처럼 풍력을 활용한 기술이 적용되는 등 환경적으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4,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 일원 부지에 데이터센터와 산학 협력시설을 건설하는데, 전기 사용량과 물 사용량을 꼼꼼하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전기 사용량과 물 사용량을 신경 써서 모니터링하고, 빗물을 모아서 냉각수로 활용할 수 있으며, 냉동기와 항원·항습기 등을 설치해 전력 수요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S는 춘천 데이터센터가 외기(open air)를 통해 냉방 에너지를 절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는 위치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부는데, 옥상에서 받은 바람이 데이터센터로 들어오고 서버의 뜨거운 열기는 밖으로 배출되도록 설계했다.

글로벌기업들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해저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나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밀집된 하드웨어가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온도가 낮은 해저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부산 강서구의 MS데이터센터도 바다에 인접해 낮은 기온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입지 조건으로 꼽혀왔다.

페이스북도 일부 데이터센터를 친환경 전력으로 가동한다. 스웨덴 룰레아 데이터센터는 냉각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 북극에서 10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찬 공기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는 인근 수력발전소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렴한 가격에 사다 쓴다. 미국 아이오와 데이터센터도 100% 친환경 전력 사용을 실현하고 있다.

아직도 팬데믹이 계속되고 있기에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계속해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류의 데이터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 인류를 위해 자연이 언제까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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