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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이제 피해자 자녀와 부모의 주민등록부도 열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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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이제 피해자 자녀와 부모의 주민등록부도 열람 불가
  • 김민주 인턴기자
  • 승인 2021.01.2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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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피해자 자녀나 부모의 정보를 통해 피해자 소재 파악할 위험 '크다'
현행법의 허점을 막고 피해자 인권 보호 위함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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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민주 인턴기자]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녀나 부모의 주민등록을 열람할 수 없게 된다. 피해자 주민등록의 열람을 제한해도, 피해자 가족의 주민등록을 볼 수 있다면 피해자의 주소를 우회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7일 장관회의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 열람 제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현행법상 가정폭력 피해자는 특정 가해자를 지정해 본인의 주민등록표를 열람할 수 없도록 제한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가정폭력 피해자의 자녀나 부모가 피해자와 따로 살고 있다면 가해자는 그들을 찾아가 주민등록을 열람하고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보통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와 떨어지며 보호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자녀와 분리되거나 생계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자녀를 친인척에게 맡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에게 찾아가 위협·협박해 민원이 잦았다. 또한 가해자가 ‘세대원 직계 혈족’이나 ‘세대주 직계 혈족의 배우자’로서 피해자의 자녀나 부모의 주민등록을 보더라도 해당 자격을 박탈하거나 제한할 법이 없어 문제가 돼왔다.

그로 인해 행정안전부는 끊임없는 가해자의 위협 속에서 피해자의 불안을 잠재우고자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의 주민등록도 열람할 수 없도록 개정하기로 밝혔다. 가해자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피해자를 해할 수 있는 현 제도상의 허점을 막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과거 실제로 이러한 허점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가 문제 된 바 있다. 배우자의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하고 혼자 아들을 양육 중이던 A 씨는 전남편 B 씨가 자신의 아버지까지 찾아가 폭행 및 상해를 가하자 B씨로부터 접근금지처분 및 피해자보호명령의 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B씨의 협박 문자와 전화를 받는 등 위험에 처해 결국 재판을 통해 B씨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에 처하는 처벌을 내렸다. 

이 사건을 겪은 A씨는 가정폭력 가해자인 B씨가 자신에게 추가 가해를 행사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1항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본인 등)은 제15조에 규정된 등록부 등의 기록사항에 관하여 발급할 수 있는 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열람해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가해할 가능성 있음에도 이를 방지할 조항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2018년 9월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가정폭력에 가해자라고 하더라도 자녀 명의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청구하는 경우 자녀 본인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하거나, 가정폭력 가해자인 직계혈족이 피해자에게 추가 가해를 행사하려는 부당한 목적이 없음을 구체적으로 소명한 경우에만 발급하도록 하는 등 대안적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해자가 ‘우회 경로’로 피해자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가족의 주민등록부까지 열람 제한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현 이슈가 바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대안적 조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해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확실한 조치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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