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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 1년의 그늘, 커지는 K자형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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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 1년의 그늘, 커지는 K자형 양극화
  • 이준섭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2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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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유동성에 계층별 자산 양극화 심화
현재 심화한 양극화는 미래에는 더 큰 문제 야기할 수 있어
코로나 타격이 집중된 취약계층 지원해야

[소비라이프/이준섭 소비자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는 지난 1년간 우리 경제의 지형도를 바꾸어놓았다. 고용취약계층은 코로나19의 충격을 정면으로 맞았지만 각종 자산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한 결과 K자형 양극화라는 불평등을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전년도보다 각각 18.0%, 15.9%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 계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4.0%, 2.4% 감소하는 데 그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저소득층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져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10.7%, 8.1% 감소하는 동안 소득 5분위의 근로소득은 0.6% 감소한 것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사업소득은 5.4%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 가운데, 실직 전 임시직에 종사한 근로자가 40.3%였고 일용직은 23.2%로 뒤를 이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타격이 경기상황에 쉽게 일자리를 위협받고 소득이 낮은 일용직·임시직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고용취약계층에 집중된 것이다.

출처 : 한국부동산원
출처 : 한국부동산원

더 큰 문제는 자산 양극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101.1에서 12월 106.3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과 2019년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가 102를 넘어선 적이 없었던 것과 달리.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코스피 역시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30% 넘게 상승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출처 : 한국은행
출처 : 한국은행

이처럼 자산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실물 경기가 아닌 자산시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통화량(M2, 원계열, 평잔기준)은 3,183조 5,009억 원으로, 2019년 12월 2,912조 4,341억 원보다 약 271조 원 증가했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2019년의 전년동기대비증감률이 7.0% 이하에 머물던 것에 비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의 전년동기대비증감률은 8개월 연속 9%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사태 이후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위축되면서, 통화승수는 지속해서 하락해 지난해 9월 14.44배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화승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통화유통속도 역시 지난해 2분기 0.6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3분기는 0.63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우리 경제에 유동성은 넘치지만, 이것이 실물경기가 아닌 자산시장에만 머물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는 자산 역시도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집중돼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지난해 소득 5분위의 자산 점유율은 44.0%로, 6.1%의 점유율을 보인 소득 1분위에 비해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시장의 특성상 더 많은 초기 자금을 투자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역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가격이 상승만을 거듭하고 코스피 역시 큰 조정 없이 치솟았기에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던 고소득층은 가만히 있어도 재산이 늘어난 셈이다,

최근 ‘벼락거지’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벼락부자’와 달리, 남들이 모두 자산시장에서 돈을 버는동안 가만히 있었던 내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는 자조적인 말이다. 이는 곧 자산시장에 참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낳고, 결국 도태되지 않기 위해 자산시장으로 내몰리는 개인들을 만들었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 “개미가 해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지만 그 실상은 주식투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벼락거지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도 비쌌던 부동산은 지난해 급등으로 인해 쉽게 구매할 수 없고, 남은 것은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인 셈이다. 하지만 당장의 근로소득마저 불안정한 저소득층에게는 이마저도 꿈같은 얘기다. 게다가 자산 구매를 위한 대출 역시도 상환능력이 보장된 고신용·고소득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격차를 좁히기는 더욱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를 우려하는 한편, 향후 대응책을 지적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산업 부진, 자동화 등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 저금리하의 자산가격 상승 등을 배경으로 진행되던 경제 양극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한 양상”이라며, “취약차주에 대해 자금공급을 지속함으로써 신용경색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부채상환 가능성이 희박해진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원활한 채무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불균형 평가'를 통해 ”국내 경제의 부문간 성장 불균형은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나아가 실업 확산, 자산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금융부문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이중구조 심화, 성장 기회의 불평등 확대로 경제의 안정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 1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은 118.2%로, 57.3%의 소득 5분위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경기 회복에 필수적인 가계 소비에 있어서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부분이 절대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큰 취약계층에게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도 사회 안전망 확충 등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들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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