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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가진 모녀에게 씌워진 ‘보험 55개’의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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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가진 모녀에게 씌워진 ‘보험 55개’의 족쇄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1.01.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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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속인 친척과 보험 가입 시 공모한 설계사에 대한 수사 촉구
지적장애인 모녀 200만 원에 못미치는 월 수입, 보험료는 600만 원에 가까워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지적장애인 모녀가 집을 빼앗기고 수십 개의 보험에 가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지적장애인 모녀의 친척 박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 씨는 지적장애인 모녀 소유의 아파트 매매대금을 가로채고, 모녀의 신분증과 인감을 도용해 보험에 가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의 국민연금과 장애인학교에서 일하는 딸의 월급을 합친 200만 원이 이 가족의 월수입니다. 그런데 이 돈에서 절반이 넘는 돈이 보험료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3년 전 납입 보험료는 570만 원에 이르렀다. 모녀가 가입한 보험도 55개에 달했다. 가입과 해약을 반복했고 현재는 보험 16개가 남아 있다.

보장 내역도 겹치는 불필요한 보험들이며 암 보험과 치아보험, 종신보험 등 같은 보험을 서너 개씩 들었다. 운전면허도 없는 모녀가 운전자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었다. 이 모든 보험은 설계사 홍 씨가 들게 했다.

모녀가 살던 경기 안양 시내 24평 규모 아파트는 시세보다 싼 2억 5,000만 원에 팔렸다. 이를 주선한 자도 죽은 남편의 친척 동생인 박 씨다. 두 사람은 아파트 매매대금을 받지도 못했다. 대신 박 씨에게 매주 10만 원의 용돈을 받아 쓰고 있다. 집을 잃은 모녀는 박 씨의 권유에 따라 월세 40만 원짜리 반지하에 살고 있다.

보험설계사 홍 씨도 2천만 원 넘게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잠깐 맡아준 돈이라고 해명했으며, 박 씨와 공모해 모녀의 명의를 도용,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보험설계사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 국장은 “이는 불완전 판매의 한 사례로,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는 당연히 모녀가 보험의 보장내용도 잘 알고 있고 보험료도 수입에 비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한 건지에 대해 1차 심사를 통해 걸러야 했다”며 “불완전판매의 전형이고 보험사가 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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