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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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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우리나라는?
  • 이준섭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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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유동성 상황에서 보복소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인플레이션 우려
우리나라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 제기되기도

[소비라이프/이준섭 소비자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공급해온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월가에서 제시됐다. 백신 보급으로 인해 경기가 정상화되면 소비가 크게 증가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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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월 30일 미국 월가의 비안코리서치 설립자 짐 비안코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또한 ”이것이 2021년 가장 우려하는 점”이라고 덧붙이며 인플레이션 수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인 2%보다 0.5%포인트 정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은 간단히 말해 물가수준의 전반적인 상승이다. 미국에서 이런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배경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대폭 증가한 유동성이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를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은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미 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일 기준 미국의 통화량(M2)은 15조 5,128억 달러에서 지난해 12월 21일 기준 19조 1,970억 달러로, 미국 역시 통화량이 2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전까지 미국의 통화량이 완만하게 증가해오던 것에 비해 급격한 상승 폭으로, 현재까지는 이처럼 풀린 유동성이 증권과 부동산 등 자산으로 흡수돼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왔다.

출처 :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출처 :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하지만 지난달부터 화이자와 모더나 등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대두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기가 정상화되면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보복소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가 증가한 것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공급 측면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및 관광산업의 수요가 감소해 관련 사업체의 감소와 함께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능력 역시 크게 저하되며 이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들의 수요는 즉각적으로 반영돼 비행에 필요한 유가 등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치 역시 높게 관측되고 있다. 미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나타내는 미 국채 10년물과 물가연동채(TIPS)와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1.992%로 상승해 2년 만에 처음으로 2%에 육박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 역시 최근 3만 달러를 돌파하며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점쳐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금리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물가가 빠르게 상상한다면 ‘유동성 파티’를 벌이며 막대하게 쏟아부었던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대출금리 역시 상승압력을 받고, 부채비용 역시 증가하며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부채는 경제에 큰 충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받쳐온 증시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보다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타나며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가 수입물가를 하락 시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달러가치 하락으로 인해 이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늦어 소비 및 고용의 회복 역시 늦을 것이라는 점도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한몫한다.

지난 12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20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뒷받침했다. 이는 0.4%를 기록한 2019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낮은 수치이며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으로, 자산시장에만 돈이 몰리고 내수시장에는 통화유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저물가 기조에 이미 진입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인지 디플레이션인지 단정 짓기엔 성급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경제양상이 벌어질 것이며, 그에 따라 각국의 정책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몫이 커진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개인 역시 이에 대해 꾸준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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