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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벤처기업, 경영권 방어 위한 '복수의결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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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벤처기업, 경영권 방어 위한 '복수의결권' 허용
  • 김혜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2.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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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 행사 가능
혁신 벤처기업의 유니콘 기업 성장 기반 마련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소비라이프/김혜민 소비자기자] 비상장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을 위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복수의결권주식(이하 복수의결권)이란 의결권이 여러 개인 주식으로, 주식 하나당 여러 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으나,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0월 16일 제1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상법 특례로 벤처기업법을 개정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은 비상장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분 희석 우려 없이 투자유치가 가능한 복수의결권 발행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창업 초기의 벤처기업은 대규모 자본 없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부의 벤처지원금 등의 자금을 받아 설립된다. 따라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대규모 투자 등 자금이 유입되면 창업주의 지분이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다른 기업에 팔리는 현상까지도 나타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막아 창업주가 일궈낸 초기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벤처기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총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복수의결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유치로 인해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등의 경우에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 한도를 두었으며, 최대 10년 이내에서 그 존속기간을 정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가중된 특별결의(발행된 주식 총수의 3/4 이상의 동의)로 정관을 개정하여 발행할 수 있다. 정관 개정 후 발행 시에도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둘째, 보통주식으로의 전환요건이 추가됐다.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을 상속 또는 양도하거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에 편입되는 경우에는 보통주식으로 전환된다. 해당 기업이 상장된 경우에는 보통주식으로 전환하되, 3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창업주가 상장 이후에도 일정 기간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의결권 제한 요건도 추가됐다. 소수 주주와 채권자 보호 등을 위해 감사와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 이익배당, 자본금의 감소, 해산의 결의 등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1주당 1개의 의결권으로 복수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 기타 주요 사안에는 복수의결권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의 보수, 회사에 대한 책임의 감면 등이 있다.

넷째, 발행 보고 의무가 주어지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에 보고하고, 발행내용 공시와 관보에 이를 고시해야 한다. 이를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한 경우 또는 공시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 부과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다섯째, 벤처기업이었던 기업에 대한 특례가 존재한다. 초기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도입하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고려해 복수의결권 발행 이후 벤처기업의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행사 기간이 만료하는 시점까지 유효하다.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벤처기업은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와 대량보유 보고 시 의결권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연내에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개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복수의결권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마련 준비도 차질 없이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벤처기업협회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시행되면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라며 적극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도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수록 창업자의 지분은 희석되고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지는게 현실"이라며 "복수의결권은 창업가가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 달성 목표에만 치중한 결과 나온 것이 복수의결권이라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창업가에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지만, 복수의결권 자체가 대규모 투자를 늘리거나 유니콘 기업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을 차려 복수의결권을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시민단체는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고 "해당 법안은 재벌 4세 세습에 악용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단서조항은 허울뿐, 대기업 악용 우려와 소수 주주에 대한 차별 등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수의결권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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