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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즉시연금 반환소송 16만 명 미지급금 받을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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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즉시연금 반환소송 16만 명 미지급금 받을 길 열리나!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12.09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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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들에게 미지급한 연금액 지급하라”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1심 선고, 원고승 판결... 즉시연금 반환소송 물꼬 트이나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3단독 재판부가 미래에셋생명과 원고 2명의 1심 선고에서 원고승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지루하게 이어진 즉시연금 반환소송에 작은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즉시연금 반환소송 ‘원고승’ 판결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사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던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의 첫 재판 결과가 나왔다. 11월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3단독 재판부는 미래에셋생명과의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남성우 판사는 “미래에셋의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상품의 약관에 연금액 중에서 만기환급금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설명되어 있지 않으므로 약관에 따른 연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번 재판의 원고들은 금융소비자연맹의 도움을 받아 2018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2년 4월 미래에셋생명의 즉시연금보험(10년 만기 환급형)에 가입했다. 고객이 매달 연금식으로 보험금을 받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 전액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이들은 보험료 4,900만 원을 한꺼번에 내고 매달 연금으로 약 17만 원을 받아왔다.

보험상품은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이 은행 예금과 많이 다르다. 고객이 원금 100만 원을 맡겼다면 은행은 원금 전액에 대해 이자를 더한다. 하지만 보험사는 원금에서 사업비(설계사 수당 등) 같은 비용을 뺀 금액을 고객의 몫으로 보고 이자를 계산한다.

즉시연금의 경우 보험사가 만기에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생보사는 소비자에게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에서 조금씩 사업비 상당액을 더 뗀 뒤 이 돈을 모아 만기에 지급하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려줬느냐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다.

해당 보험의 약관에는 “매달 연금을 지급함에 있어 만기 환급금을 고려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 약관을 근거로 연금액 산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객이 상품에 가입할 때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연금수령 예시표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고객들은 “연금의 일부가 만기 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따로 적립된다는 설명은 없었다”고 반발했다. 고객이 받는 연금에서 매달 조금씩 돈을 떼는 방식이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법원은 ‘만기환급금을 고려한’이란 약관 문구가 연금 산정방식을 충분히 설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미래에셋생명은 항소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시연금 ‘약관’부터 문제다
가입자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김형주 변호사는 미래에셋생명이 약관에 중도인출금액에 대해선 ‘차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유독 만기환급금은 ‘차감’ 대신 ‘고려’라는 의미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명시의무를 져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명시가 되지 않은 내용이 설명될 수 없으며, 가입설계서의 예시 금액은 그 계산 방법이 아닌 예시 금액만 있을 뿐이고 실제로 가입자들이 받은 가입설계서에는 만기 30년의 경우 종신형보다 연금월액이 크게 표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시이율적용이익 계산의 기초가 되는 순보험료 금액이 실제 순보험료와 다르게 기재되는 등 가입설계서의 내용이 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는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건에도 소비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만기환급금을 고려’라는 표현조차 없었다”라며 “피해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이번 선고는 삼성생명 등 다수 보험사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하는 즉시연금 공동소송 재판에서 가장 먼저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라 의미가 크다”라며 “당연한 원고 승소 판결이지만, 생명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의 지급지시도 무시하고 극소수의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만 보상하고 소멸시효를 완성시키기 위해 소송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생명보험업계의 즉시연금 사태는 2017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과 관련해 약관상 줘야 할 보험금을 적게 지급했다며 삼성생명을 상대로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A 씨는 매달 받는 연금수령액이 최저보증이율(2.5%)을 적용해도 예상했던 지급액보다 적다며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에 민원을 넣었다. 보험상품 가입자들은 ‘실제 받은 약관에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떼고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었다’라며 덜 준 돈을 달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사들에 약관에 사업비 공제 등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다며 전체 가입자에게 일괄해서 덜 준 돈을 주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동일한 문제가 있는 20개 생명보험사에 대한 일괄구제 방침 적용을 선언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이 일괄지급을 거부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생명보험사들은 상품설명서에 운용방식을 기재한 만큼 금융감독원의 일괄지급 권고를 따르기보다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뜻을 전했다.

‘버티기’ 들어간 생명보험사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20개 생명보험사가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4,2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한화생명이 850억 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교보생명 640억 원, KB생명 390억 원, KDB생명 249억 원, 동양생명 209억 원, 미래에셋생명 200억 원 등이다.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거부하자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피해 사례를 2018년 8월 말까지 접수받았다. 이 결과 18개 보험사(2개 손해보험사 포함) 260여 건의 민원이 접수돼 1차 공동소송 대상회사를 정하고 같은 해 10월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원고 대리인과 피고 대리인 간의 법정 논리로 다투어 왔고, 코로나19로 인해 재판기일이 계속 미뤄져 왔다. 그동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소멸시효가 끝나 미지급 환급금 총액이 점점 줄어들었다.

공동소송을 주도한 금소연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공동소송의 원고승 판결은 당연한 결과이며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 건에서도 당연히 원고승 판결을 기대하며, 생보사들의 자발적인 지급을 바란다”라며, “소수 소송참여자 배상 및 소멸시효 완성의 꼼수를 없앨 수 있도록 하루빨리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지리한 다툼 끝에 미래에셋생명 1심 선고에서 원고승 판결이 내려졌고, 이로 인해 즉시연금 소송 참가자들 사이에 ‘희망’이 싹틔우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사태의 향방을 가늠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9월 수원지법이 농협생명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만기환급금 적립을 위해 연금액을 차감한다는 설명이 약관에 담겨 있었다. 당시 농협생명은 약관에 ‘가입 후 5년간은 연금 월액을 적게 해서, 5년 이후 연금 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연금액 중에 일부를 차감한다는 의미다.

한편 즉시연금 소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삼성생명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소송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강 씨 등 56명이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과 함께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문제가 제기된 상품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으로 1억 원 이상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이후 적립금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일정 기간에 매달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다. 만기가 되면 처음 납입한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 재판에서는 매월 지급되는 연금에서 만기환급금 재원을 공제한다는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가 판결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약관에는 ‘연금지급개시시의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연금개시 후 보험기간 동안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이라고 명시돼 있다. 만기환급금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따로 적혀 있지 않은 것이다. 대신 ‘연금계약 적립액은 이 보험의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삼성생명 측은 “즉시연금 기초 서류인 ‘약관과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매달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입자 측은 “산출방법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고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11월 12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즉시연금 관련 소송은 4건이고, 그중 2건은 내년 1분기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농협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결과를 보면 법원의 판단도 갈리고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고, 소송금액도 판결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즉시연금 분쟁을 해결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패소한 측이 항소할 경우에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소연 조연행 회장은 “삼성생명 측이 주장하는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는 내부 비밀문서로 보험가입자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를 약관에 편입시키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전하며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연금연액이 어떻게 산출되며 만기 보험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입 당시 지급하겠다고 하는 상품약관에 있는 ‘표현 그대로’ 연금액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비라이프Q 제159호 기획특집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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