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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심플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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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심플하게 살아요! 
  •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 승인 2020.12.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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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답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소비라이프/김정응 대표] 연말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구세군 냄비도 예전과 달리 허전함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도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고요. 올해는 산타할아버지도 코로나 때문에 오지 않는다고 하지요? 좋은 소식보다는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집니다.  

그는 치매(癡呆. dementia)에 걸린 것이 틀림없습니다. 약속 장소를 헛갈렸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충무로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지금은 행방조차 알 수도 없고 안타까운 소문만 전해질 뿐입니다. 
“어디 요양원에 들어갔다던데 ……. 부인과 애들은 미국에 있다하고.”

그는 이른바 우리 사회의 엘리트였습니다. 관악의 S 대 출신이고 대기업 임원을 지냈으며 대학교수를 마지막으로 사회생활을 아름답게 갈무리했습니다. 남들의 부러움을 많이 받았던 그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이제 남들의 부러움은 고사하고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나이도 겨우 이팔청춘의 60대인 그가 말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인생 물음이 또다시 제 앞을 떡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을 읊조리며 혼술을 해보기도 하지만 먹먹한 가슴속은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와 함께한 추억과 그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봅니다. 제가 인식하는 그의 이미지는 딱 한 단어로 표현이 되더군요. 어렵고 복잡한 ‘난(難)’이라는 그 단어로 말입니다. 그리고 타인의식, 완벽주의, 걱정태산이라는 말들이 그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요소보다는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뉘앙스를 더 많이 풍기고 있는 그였습니다.  

그는 매사가 어려웠습니다. 쉬운 길을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방법을 찾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는 또한 복잡했습니다.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문제를 확대 재생산시키기 일쑤였습니다. 오죽하면 그를 어렵고 복잡한 것이 뒤섞인 ‘난형난제’라고 비꼬아 불렀을까요. 

그가 제게 남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아야 했습니다. 요즈음 타인의 모자나 외투에 멋진 말들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며 놀라곤 하는데 어느 날 전철 환승 에스컬레이터에서 느낌이 오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답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의 근황에 대하여 말을 했더니 대체로 한곳으로 향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 심플하게 살았어야 해.” 해답은 문제의 대척점에 있다는 말도 있는데 복잡한 인생의 그에게 좀 더 일찍 단순함의 가치에 대하여 알려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안전한 한강, 거리 두기를 하는 당신 덕분입니다.’

한강변의 코로나 방역 플래카드가 눈에 띄더군요. 한강도 안전해야 하지만 정작 우리 자신이 안전한 인생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미니멀리즘 정도면 문제가 없을까요? 여전히 기억 속의 난해한 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삶의 지혜,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그의 안녕을 기원해봅니다.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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