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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11월 달러 예금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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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11월 달러 예금 사상 최대
  • 김혜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1.2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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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100원 대로 하락
외화 분산 투자 심리 증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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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혜민 소비자기자] 최근 외화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대로 급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하자 기업과 개인이 '달러 비축'에 나서면서 달러 예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19일 기준 527억 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말 잔액인 526억 2,800만 달러보다 8,000만 달러 증가했으며,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달러뿐만 아니라 다른 외화예금 잔액도 크게 증가했다.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위안화·유로화·엔화 예금은 각각 연초대비 34%, 23%, 14% 증가하여 모두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배경으로 최근 3개월간 위안화·유로화·엔화 환율의 하락세가 큰 영향력을 끼쳤다.

이처럼 외화예금 잔액이 증가한 주된 이유는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요국 화폐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18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03원으로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에 "쌀 때 사자"는 심리가 작동해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이 늘면서 달러 예금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유학을 보낸 자녀가 있거나 주재원 가족이 있는 경우와 같이 달러를 꾸준히 필요로 하는 실수요 고객들뿐만 아니라, 환차익을 기대해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가 많이 증가한 셈이다. 

위안화·유로화·엔화 환율도 최근 3개월간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약(弱)달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다른 외화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10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발표하며 "개인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달러 저가 매수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외화예금 증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개인들의 투자 수요 증가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환테크 투자는 환전수수료에 따라 수익보다 손해가 클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목돈 투자보다는 분산 투자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부진했던 대외 수출이 최근 회복세를 보인 것도 달러 투자 수요를 증가시킨 요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달러 계좌에 수출 대금이 많이 확보됐다"며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수입대금 등 결제 자금 지급을 위해 달러를 쌓아두고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작년 기준으로 63%(수출 32.94%, 수입 30.57%)에 달했으며, 이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환율하락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 하락이 장기화된다면 수출 중소기업들의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은행권은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게 될 시 대대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 등 달러 약세를 이어가는 전략을 취할 것이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의 정권 변화로 미·중 갈등이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 실험이 성공의 기조를 보이며 코로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것도 달러 약세에 일조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보다 위험 자산인 신흥국 화폐의 수요가 늘어나 달러 선호도가 낮아질 것이라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과 신흥국 화폐의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단기적으로는 달러에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향후 다른 외화에 분산 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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