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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의 위기, 한국에게 끼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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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의 위기, 한국에게 끼치는 영향은?
  • 황보도경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1.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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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투자 장려가 반도체 굴기의 위기를 불렀다
한국에겐 복합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

[소비라이프/황보도경 소비자기자] 중국이 반도체 분야를 정복하겠다며 '반도체 굴기'에 나섰지만, 점차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6월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며 반도체 굴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공격적 반도체 육성 정책에 편승해 ‘묻지 마’ 식으로 투자한 탓에 퇴출 기업과 파산이 속출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수십조 원대의 투자금이 날아갔으며, 이미 중국 반도체 업계 버블이 심화된 상태라 추가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업체 투자금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600억 위안(약 10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두 배 수준이었다.

지난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최초 7나노 미트(㎚) 이하 미세공정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하겠다 말해 주목을 받았던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훙신반도체제조(이하 HSMC)’가 자금난과 공장 건설 지연으로 인해 결국 우한시 둥시후구 정부에 최근 인수됐다고 밝혔다.

HSMC는 전에 ‘삼성을 넘겠다’는 뜻을 보여 국내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당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중 7나노 생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밖에 없었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신생사가 7나노 생산을 해낸다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증명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에 HSMC는 설립 당시 1,280억 위안을 투자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건설 중이던 제조 공장(약 42만 4,000㎡)도 중단됐다. 결국 시간이 지나며 베이징 광량 란트 테크놀로지에 지분 90%를 넘기게 됐고, 지금은 둥시후 국가 자산 감독 및 관리 위원회의 완전한 통제를 받는 신세가 됐다.

중국 현지에선 HSMC가 “처음부터 7나노 반도체’라는 어려운 목표를 내세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상은 HSMC의 14나노급 양산 기술도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 열기가 이러한 허점을 가렸다.

이는 비단 HSMC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이안더화이는 1억 위안에 가까운 임금을 지불하지 못한 채 올해 3월 회생을 포기했고, 100억 위안의 프로젝트였던 난징더커마는 지난 7월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청두 거신은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한다며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기로 했으나 2년 만인 올해 5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마지막 직원을 내보냈다.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칭화유니그룹도 지난 16일 만기인 사모 채권 13억 위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앞서 칭화유니는 만기를 6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칭화유니는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칭화대학이 설립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제조 국유기업이라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위험에 빠진 이유로 ‘관(官) 주도 정책의 한계’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현재 중국 지방정부는 관내 반도체 기업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를 속여 보조금을 타내는 전략”이라며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고난도 기술만 연습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국 반도체 업계의 손익을 발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잠재적 경쟁자의 출현이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 지원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 선언에 크게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분석 결과 중국의 반도체 문제는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업체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칭화유니그룹의 재정 위기는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극심한 상황이라는 점과 무역전쟁이 패권 전쟁으로까지 커진 점을 고려하면, 이는 중국의 패권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 IPO 중단’에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과연 중국 정부의 경제 개입이 진정 옳은 것인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현재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해 처벌하겠다"고 밝혀 더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수출과 수입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국내 상황까지 안 좋아진 중국은 꽤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한쪽의 편을 들기보단 중립을 지키는 편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완전히 무너져버린다면 한국엔 어떤 영향이 올까? 일단은 국내의 대기업 반도체 업체들은 큰 이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수많은 나라와 연관이 돼 있기 때문에 미국, 한국 등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동북아시아 내 한·중·일 관계가 흔들려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어쩌면 중국의 자재 수입 또는 노동력 사용이 불가능해져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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