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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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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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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물자를 운송할 수 있었던 8만여 km의 도로망
거대한 제국이 하나의 가치관을 가진 문명권으로 다져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수레나 전차 같은 이동수단밖에 없었던 로마가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물자를 운송할 수 있었던 8만여 km의 도로망을 갖추고 유지했기 때문이다.
 
길은 로마가 세력을 뻗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마는 공화정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국경지대로 나아가 새로운 정복지를 속주로 삼았고 국경을 확대했다. 영토를 넓히던 로마는 전투에 투입된 군대에 필요한 물자보급을 위해 도로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길을 만드는 이유가 물자의 이동이다 보니 바다를 통한 물자도 받아들이기 위해 항만이 건설되었고 끊어진 길을 잇기 위한 다리가 만들어졌다. 
 
로마가 만든 길은 유럽 일대에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다.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지역과 홍해 일대까지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곳에 로마가 만든 길이 있었다. 이 길을 타고 정복지의 전리품들과 물자가 로마로 흘러들어와 귀족들과 시민들은 풍요와 부(富)를 함께 누렸다.
 
길이 생기는 곳마다 승리의 전리품이 들어오면서 로마의 시민들은 길이 생길 때마다 기대감이 생겼다. 황제나 집정관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로마 시민들의 생각을 잘 알았기 때문에 지지를 얻기 위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름을 붙였고 이런 이유로 로마에는 수많은 길이 만들어졌다. 17세기 프랑스 시인 장 드 라 퐁텐(Jean de La Fontaine)의 ‘모든 길은 로마로 이어진다’는 말은 로마의 에너지가 지중해에 일대에 퍼졌음을 알려준다. 
 
로마는 길을 통해 군대의 이동과 물자의 교역만 했던 것이 아니다. 길은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이 오랜 시간 하나의 가치관을 가진 문명권으로 다져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로마의 글과 법, 화폐, 계량법, 건축술 같은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제도들뿐만 아니라 철학을 비롯한 과학과 사상들을 전파하기도 했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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