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은행 통한 비혼 출산... 한국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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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은행 통한 비혼 출산... 한국은 불법?
  • 김혜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1.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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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국내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나 OECD국가 대부분 합법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
출처 : 사유리 인스타그램
출처 : 사유리 인스타그램

[소비라이프/김혜민 소비자기자]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 씨가 일본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면서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되면서 비혼 여성의 인공수정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유리 씨는 지난 16일 KBS1을 통해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 자연 임신이 어렵고 당장 시험관을 하더라도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눈앞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사랑하지 않는 남자랑 결혼해서 급하게 시험관을 하고 아이를 가지냐, 혼자서 아이를 기를 것이냐 선택지가 두 개였어요. 근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는 건 어려웠어요"라고 자발적 비혼모가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에요. 한국에서는 결혼 사람만 시험관 시술이 가능해서 할 수가 없었어요. 근데 일본에서도 정자은행이 없어서 외국 정자은행을 통해 기증받았어요"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미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금지하는 법은 없다. 생명윤리법 24조에 배우자의 동의 규정이 있으나 배우자가 있는 경우로 한정돼 있어 배우자가 필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 병원들이 따르는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윤리지침을 살펴보면, 정자 기증은 법적 부부인 상태에서 남성이 불임이거나 유전질환이 있을 때만 받을 수 있다. 이를 어겨서 시술할 경우 해당 산부인과 의사는 높은 벌금형 또는 징역을 받게 된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미혼 여성의 경우 정자 기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19일 "대한민국에서 자발적인 비혼모의 출산은 불법이 아니다"며 "법이 아닌 병원과 학회의 윤리지침이 비혼 여성의 체외수정 시술을 어렵게 하고 있고, 법상 세부 규정이 없어 혼선이 있는 것은 문제"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 이사장은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는 젊은 층의 사고에 부응하고 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비혼 여성들이 스스로가 선택하여 출산의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데 법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며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험들이 한 30년간 축적돼왔으며 OECD국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혼 여성이 비배우자 인공 수정으로 출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도 '올 것이 왔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많은 누리꾼이 사유리 씨의 출산 소식에 축하와 응원을 보냈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팽팽하다. 한편에서는 "한 아이의 생명과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인데, 아빠 없이 자랄 아이의 입장은 어떡하냐"며 가부장적 정상 가족 제도의 틀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박 이사장은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서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의 조건이 잘 갖춰진 사람들"이라며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정상적인 부부에서 태어난 애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가정의 양육조건이 좋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회적 적응도가 높고 잘 자란다"고 답했다.

사유리 씨의 '비혼모 선언'은 결혼과 출산을 한 세트처럼 생각해왔던 사고방식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그녀의 선택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여성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혼과 만혼이 늘어나고 저출생이 심각한 현실을 반영해볼 때 관련 법과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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