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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6,720억’ 보이스피싱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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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슈] ‘6,720억’ 보이스피싱으로 사라진다
  • 홍보현 기자
  • 승인 2020.11.12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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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처벌 강화 법안 잇따라 발의
무기·10년 이상 징역

[소비라이프/홍보현 기자]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가 늘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에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발생하며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솜방망이 처벌 그만!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7년 2,431억 원, 2018년 4,440억 원, 2019년 6,720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 사칭 피해 규모가 2017년 622억 원(25.6%)에서 2018년 1,346억 원(30.3%)으로 대폭 늘었다.

현행법은 보이스피싱을 통한 금융사기 피해를 방지하고자 2011년에 제정된 특별법으로서 사기이용계좌의 채권소멸절차와 피해금 환급절차 등을 규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재산상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는 데 기여해 왔다.

하지만 막상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금융회사에 피해구제 신청을 해서 채권소멸절차를 거쳐 금전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제도적·이론적 설명일 뿐 피해자는 환급절차를 위해서 먼저 지급정지 신청을 밟아야 했다. 

갈수록 고도화·지능화되는 범죄 앞에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는 이미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경우가 허다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평균적으로 1~3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피해자에게 저축은행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위조서류를 건넨 피고인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이 피고인은 이전 2차례나 사기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다. 법원은 사기 범행이 미수에 그쳤지만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선고된 형량은 징역 2년이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해 8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수거책 역할을 한 피고인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며 피고인이 맡은 수거책 역할에 대해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죄는 무겁지만 형벌은 가벼웠다. 올해 2월 2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청년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수백만 원을 갈취당했다. 통화를 끊을 시 ‘공무집행방해죄’에 적용된다는 협박까지 받았으며,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의 아버지는 아들의 유서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고 범인을 잡아달라고 하소연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중에는 감형, 집행유예 사유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가 검거된 후 자신의 지식을 활용한다”며 “반성문을 제출하고 일부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며 합의를 하고 갈취한 돈 중 일부를 종교시설, 시민단체에 기부하고 탄원서를 내기도 한다. 그런 행동을 통해 형량을 낮추거나 집행유예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 최대 ‘무기 징역’ 가능
‘보이스피싱’이라 불리는 ‘전기통신금융사기’는 현행법상 전기통신을 이용한 기망이나 공갈 등의 방법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범죄행위를 말하며, 여기에는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도 포함된다.
최근 전기통신을 이용한 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은 최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한 벌칙을 현행법상 규정되어 있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대폭 상향하고, ‘해당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반드시 병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고 국민의 불안을 경감시키려는 의도다.​

김 의원은 “보이스피싱은 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노린 악질적인 범죄이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지원으로 위장해 안내문자를 사칭한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며 “이에 기존의 처벌규정으로는 범죄를 경감시키는 데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처벌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재호 의원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부부처 간 정보 공유를 의무화하고 금융회사 등에 피해의심거래계좌 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 의원은 “금융회사가 의심계좌를 임시차단하고 고액 거래의 경우 본인 확인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급증하는 서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과감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개정안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인층에 대한 보이스피싱 예방과 관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업무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스마트기기와 언택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급작스럽게 바뀐 문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그만큼 이들을 노린 금융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정부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비대면 금융 거래에 관한 교육 등을 진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라이프Q 제157호 정책이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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