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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원화강세... 수출 기업 경영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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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원화강세... 수출 기업 경영난 우려
  • 조규현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1.12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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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격히 하락하며 수출 비중 높은 반도체 등 기업들 상황 주시
환율 변동이 경제 펀더멘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 존재

[소비라이프/조규현 소비자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 악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화이자 백신 소식에 소폭 상승했지만 1,110원대를 유지했으며, 한 달 동안 40원이 급격히 하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을 예고하면서 시장에 더 많은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 원화 강세 기조가 유지되면서 수출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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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국내 수출기업들은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실제로 부진한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사업체들에게는 원화 강세 추세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연초 국내기업들이 사업계획서상 설정해둔 환율은 1,200원대인데, 당시 예상치보다 100원 이상 차이가 나며 실적뿐만 아니라 환 손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와 환율변동의 이중고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는 추세라며 내년도 사업계획서상 목표 환율은 1,100원 초반대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와 조선 업계 등 중화학 기업과 반도체 업계는 위안화 강세를 유지하는 중국과 달러화 약세 유도 가능성이 높은 미국, 이른바 G2발 원화 강세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주시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수출은 0.51%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환율 변동에 가장 민감한 종목으로 뽑히며, 매년 250만 대 차량을 수출하는 자동차 산업은 원화 강세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에 비하면 크다고 볼 수 있다. 해외 판매 비중이 80% 이상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달러당 원화가 10원 오르면 매출액이 약 2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수출 실적 중 미국 물량 비중이 30%에 달하는 데다 거래대금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현대차는 원화 강세로 인해 매출액이 3,190억 원 줄었고,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150억 원 감소했다.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정유업계 역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유 가공을 통한 제품 수출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서 원화 강세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정유 업체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1,150원을 기준으로 환율이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수출실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게 되면 외화 기준 손익을 원화 환산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달러 결제 비율을 줄이고 해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결제 비율이 높은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해외 공장 생산 확대 등을 통한 현지화 전략으로 원화 강세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환시장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을 비롯한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언제 출회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적절한 시기를 놓친 손절성 매도 물량이 나오면 환율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NH선물 임지훈 연구원은 낮아진 환율 레벨 인식에 네고 물량이 출회되는 것은 환율 상단 폭을 제한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김지윤 연구원은 환 헤지 비중을 100%로 설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환차익 및 환차손이 발생해도 환율 변동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수출기업들이 현지화 전략 등의 경쟁력 강화와 결제 비율 조정을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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