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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역 화폐가 지역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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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역 화폐가 지역을 살린다!
  • 전지원 기자
  • 승인 2020.11.11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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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발행해 그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
실효성 논란 있어... 지역 화폐 자생 생태계 필요

[소비라이프/홍보현 기자] 지역 화폐가 현금과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재난지원금 등을 지역 화폐로 공급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지역 화폐로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발행해 그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로 지역 내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액면가의 10% 안팎으로 지역 화폐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소비 증대를 일으킨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 화폐가 탄생한 때는 1997년이다. 당시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 지역상권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강화, 실업구제 등의 목적으로 지역 화폐를 도입했다. 당시 한 모임에서 ‘미래화폐’를 만들면서 최초의 지역 화폐가 등장했다. 이후 서울 송파구의 ‘품앗이’(1999년), 대전시의 ‘한밭레츠’(2000년) 등이 발행되면서 지역 화폐를 사용하는 지자체가 72곳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방치되다시피 한 지역 화폐가 재조명된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 지원을 각 지자체가 지역 화폐로 공급하면서부터다. 입지가 달라진 지역 화폐는 9월 23일 기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93.8%인 총 228개 지자체가 발행하고 있다. 발행액 역시 2015년 892억 원 규모에서 2018년 3,714억 원, 2019년 2조 3,000억 원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또한 실물 카드나 모바일 형태 지역 화폐가 늘면서 사용이 편리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지출을 늘려 가계부채를 건전화하고 이를 지역 화폐로 지급해 돈이 강제로 돌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국민들의 지갑이 메말라가는 상황에서 재벌기업의 수십조 법인세 감면분은 재벌 곳간에 쌓일 뿐이지만 이를 지역 화폐로 국민에게 이전하면 가계와 골목을 살리고 돈이 나라 경제의 말단까지 돌게 해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화폐 실효성 논란
지역 화폐 발행이 활발해지면서 최근 그 효과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지역 화폐 무용론’을 들고 나섰다. 조세연은 ‘지역 화폐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전 국민의 소비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전제를 내세우며 지역 화폐는 발행한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사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국 각 지자체가 정해진 소비 총량을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지역 화폐로 인한 부가가치는 발생하지 않고 지역 화폐 발행과 관리 비용, 국가 보조금 등 손실만 남는다는 게 조세연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경제학적 가정을 바탕으로 한 ‘모델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역 화폐의 소비 유발 효과에 대해선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지역 화폐가 극적으로 늘어난 2019~2020년 소비효과는 분석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지역 화폐 활성화를 강력히 주장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기연구원(이하 경기연)은 ‘표본’을 앞세워 조세연의 분석에 반박했다. 경기지역 내 소규모 업체 3,800곳의 매출 변화를 분석한 계량분석 결과로 지역 화폐의 실효성을 주장한 것이다. 조사 기간도 경기도가 지역 화폐를 본격 발행한 해인 2019년 4개 분기를 대상으로 했다. 이를 통해 지역 화폐가 추가소비로 이어진다는 ‘승수효과’를 끌어냈다.

경기연은 ‘지역 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분석’ 보고서에서 “지역 화폐 결제액이 100만 원 증가할 때 소상공인 매출액은 145만 원 증가한다”라고 했다. 지역 화폐가 소비자의 기존 소비를 대체할 뿐 아니라 45만 원어치 추가소비를 유도한다는 결론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도 유감 성명을 발표하고 “이 연구 결과는 연구 기간부터 결론을 유출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현실을 부정하고 있으며 편향된 결론에 도달한 전형적인 탁상연구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화폐는 해당 지역의 중소상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해 지역 내 골목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제도”라며 “소비자 역시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소비자 후생과 지역 선순환경제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생기기는 했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지역 안에서 창출된 소득은 지역 내에서 소비돼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소비가 줄어들면서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역에 축적된 은행 자금이 수요로 연결되지 않고 밖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투자는 지역 기업들의 생산과 매칭되지 않아 지역 내 산업 생태계도 붕괴되고 있다. 즉 비서울권 지역의 소득, 자금, 투자는 그 지역 내에서 소화돼야 하는데 빠져나와서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 이끈 지역 화폐
경기도가 9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가 ‘지역 화폐 도입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증가 및 생산 유발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지역 화폐에 대한 각 지자체 주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역 화폐를 통해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역 화폐 사용률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정부는 얼어붙은 소비를 활성화하고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로 당초 3조 원으로 계획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9조 원으로 증대했다. 국고 보조율도 4%에서 8%로 올렸다.

앞에서 말했듯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경제 활성화’다. 지역 화폐로 지역 소비가 늘면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이 증대되고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계산이다. 더불어 고용과 세수 증대 효과도 볼 수 있다.

지자체는 지역 화폐 이용자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골몰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역 화폐와 공공배달 구축사업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경기도 공공배달앱을 지역 화폐와 연결해서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경제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의회는 지역 화폐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 직원의 급여 가운데 수당 및 인센티브 등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조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 서구의회 강남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역 화폐 확대 방안을 위한 간담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강원도는 내년부터 온라인에서도 지역 화폐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향후 지역 화폐 사용 시장을 확대해나갈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최근 비대면 결제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맞춰 내년부터 온라인 결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지역 화폐 중 선두주자라 불리는 인천이음카드는 지난해 전국 전자화폐의 65%인 1조 5,000억 원가량을 발행했다. 인천이음카드 올해 가입자는 125만 명이며 발행액은 2조 5,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인천지역 점포의 99.8%인 17만 5천여 개의 점포들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 화폐 자생 생태계 조성돼야
지역 화폐는 아직 ‘미완성’이란 주장은 생각해볼 주제다. 재난기본소득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 경기도에서는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재난기본소득 수령으로 경기도민의 지역 화폐 사용이 늘어난 가운데 시·군별 가맹점 기준이 달라 소상공인과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경기지역 화폐는 경기도의 권고에 따라 연매출 10억 원 이하인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유흥·사행업소 등 일부 업종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그러나 지자체별 기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실제로 도내 31개 시·군별 지역 화폐 운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도의 권고 기준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다. 수원, 고양, 용인, 성남, 평택, 김포, 광명, 동두천 등은 경기도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연매출 10억 원 이하인 점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사용처 역시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반면 의정부와 이천, 의왕, 여주 등은 대형마트 내에 입점했더라도 연매출이 10억 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라면 지역 화폐를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들 지자체는 대형마트 내 업소라도 연매출이 10억 원 이하라면 ‘소상공인’이라고 본 셈이다.
이와 함께 농협 하나로마트의 지역 화폐 사용 가능 여부도 시·군별로 달라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현재 하나로마트에서 지역 화폐를 쓸 수 있는 시·군은 안산과 파주, 광주, 양주, 안성, 포천 등이며, 이 중에서도 일부 시·군은 연매출 10억 원 미만 지점에만 지역 화폐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시·군별로 지역 화폐 가맹점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면서 도내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줄이려면 도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화폐의 주 사용자가 20~40대 젊은 층이란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모바일 금융에 익숙한 세대라 지역 화폐 사용도 활발하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전체 경기지역 화폐 이용액의 68%를 20~40대에서 사용했다. 그러나 50~60대 이용률은 18%에 그친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니 모바일 금융 이용도가 낮은 것이다.

지자체들이 지역 화폐 발행과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역 화폐가 새로운 화폐 모델로 자리매김하려면 스스로 자생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소비라이프Q 제157호 기획특집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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