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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BJ와 친분 위해 1억 3,000만 원 후원, 환불은 받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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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BJ와 친분 위해 1억 3,000만 원 후원, 환불은 받았지만...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11.0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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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측 BJ와 어린이에 책임 미루며 환불 지연... 책임 강화 장치 필요
FDS 강화로 피해 줄여야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초등학생 A양이 어머니 휴대폰을 이용, BJ에게 1억 3,000만 원을 입금한 가운데 피해 부모는 아직 약 4,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출처 : 하쿠나라이브 홈페이지

온라인 스트리밍 앱 ‘하쿠나라이브’는 14세 이상 가입자라면 별다른 제약 없이 방송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개인 방송 플랫폼으로 A양은 지난 8월 3일부터 12일까지 방송 호스트(BJ)들에게 약 1억 3,000만 원을 후원했다.

가입 계정은 SNS에서 임의로 만들었으며 15세로 설정돼 있기에 11세인 A양이 앱을 사용하는 데 어떤 지장도 없었다. 돈은 뇌병변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는 어머니 B씨의 휴대폰과 연동돼 있던 B씨 명의 통장에서 빠져나갔으며 이는 전셋집 이사를 위해 모아둔 보증금으로 밝혀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한 피해 금액 중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A양은 현재 학교 상담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아버지 C씨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사실을 밝히며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BJ의 ‘회장님’이 되고 싶어 헸다”고 말했다. A양은 호기심으로 ‘하쿠나라이브’에 접속해 한 호스트(BJ원빈)와 친해지고 있었다. 이 앱에선 개인 방송을 하는 호스트들이 다섯 명까지 뭉쳐 하나의 ‘팀’을 이룰 수 있는데, 이들은 후원금을 공유하고 함께 방송을 한다. 이들은 후원 금액에 따라 후원자들을 회장님, 부회장님, 사장님 등으로 부르고 대우를 해줬다고 한다. 또 후원한 사람의 얼굴을 BJ 프로필에 게재하기도 했다.

C씨는 “딸 아이도 이들이 후원금을 내는 다른 미성년자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양의 1억 원이 넘는 돈을 후원한 사실을 알게된 C씨는 구글·카카오페이 등에 사정을 말했지만 환불 불가라는 답변을 들었고 하쿠나라이브 측에는 수차례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쿠나라이브 측은 자사 정책을 이유로 환불 책임이 없다”라며 "플랫폼 기업으로서 호스트(BJ를 지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쿠나라이브는 시청자가 보낸 후원금의 10%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결국 C씨는 후원금을 받은 호스트 35명을 접촉해 사정을 설명하고 환불 약속을 받아냈지만 A양이 선망했던 호스트는 이에 응하지 않아 약 4,63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가족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하쿠나라이브 측은 C씨의 환불 요구 3개월 만에 약 4,630만 원을 환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용자들께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통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리 공백이 드러났으며 사회적 책임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쿠나라이브는 이용 가능 연령이 14세 이상임에도 구체적 연령 인증 절차를 갖추지 않아 11세인 A양이 이용할 수 있었으며, 본인 인증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이용 시 환불에 대한 정책도 마련되지 않아 문제점이 많다. 최근 앱 과금과 관련한 미성년자 환불 관련 분쟁은 4년 사이 3,600건에 달하고 있다. 결제 시스템이 복잡하지 않으며 관련 업체들 책임 회피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제3자에 의한 부정한 기부행위는 본인에 대한 재산권 침해 행위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본인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라며 “금융회사도 금융기기를 통해 자금이 이체되므로 시스템적으로 반복적인 이체가 되지 않게 해야 하며 방송을 통해 미성년자들을 현혹하는 행위는 해악이 크므로 철저히 규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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