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응의 LOVE LETTER] 내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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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내게 쓴 편지
  • 김정응 『FN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 승인 2020.11.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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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에 제가 저에게 쓴 편지
10월의 마지막 밤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원 포인트의 의미를 만드는 그런 날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공개적으로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각처에서 여러 반응이 달려왔습니다. “계속 술 한잔하고 노래를 부르지 웬 편지여?” 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의견은 내게 쓴 그 편지를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에 쓴 편지를 서로 읽어 보면 어떨까 …….” 평소에 편지의 가치를 전하는 편지 전도사의 한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음은 엊그제 시월의 마지막 밤에 제가 저에게 쓴 편지입니다. 즉 'J가 J에게' 

J ~~.
아버지를 서울 둔촌동 보훈요양병원으로 모시고자 한 일은 정말 잘한 결정인 것 같아. 병원시설도 좋고 간병인도 헌신적이니 말이야. 이제 형제 중에서 거리나 시간으로 보아 자네가 아버지를 돌보아야 할 것인데 마음의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사실 이러한 일은 주변 지인들에게서도 많이 보아왔을 터이지. 그런데 누구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에 정답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네. 다름 아닌 그 이별의 기술이라는 것을 말일세. 그럴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네.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떻겠나? 편지라 하면 자네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자네의 잠재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수단이 아니던가? 또한 글쓰기는 치유의 방법으로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슬픔은 슬픈 그대로 적다 보면 그 자체에서 오히려 기쁨도 가끔 찾아온다고 하니 말일세. 어찌 보면 사부곡(思父曲)을 쓴다고 여기는 것이 자네의 심상에 더 어울릴 듯도 하네.

그런데 막상 적으려고 하자면 무엇을 쓰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 될 것이네. 결론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큰 가닥을 원칙으로 하여 그것을 기록해 보게나.

하나, 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을 즉 아버지와의 추억을 모두 소환해서 적어보시게. 복사꽃 능금 꽃을 노래하던 아버지의 모습에서부터 시냇가에서 어항으로 물고기를 잡던 가족 천렵(川獵)의 추억까지 말일세. 또한 아버지의 병원 생활을 있는 그대로 적어 보시게. 병상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네. 

둘, 자연을 적어 보시게.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이 만병통치약이네. 특히 병원을 둘러싼 사계(四季)의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런 자연의 모습과 아버지의 모습을 함께 거두어 보시게. 설령 나중에 아버지의 모습을 담을 수 없게 되더라도 자연의 한 조각이 되어 영원할 걸세. 별처럼, 달처럼, 바람처럼 말일세. 가슴이 아프기는 해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네.

셋, 그러면서 자네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 보도록 하게. 너무 질질 짜며 울지 말고 가급적 대범하게 대해보세. 물론 자네가 이 부분에 특히 약점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시게. 자네는 명색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던가. 하물며 죽음이라는 긴 이별을 대하는 자세는 평소에 자네가 제일 두려워하고 한편으로는 가장 관심이 있었던 분야가 아니던가. 자네는 술 한잔하면 외쳤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라고 말이야.

이 세 가지를 자네에게 추천하는 특별한 근거나 이유는 없는 것일세. 다만 후회가 적고 부자(父子)간의 마지막 모습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역사에 남길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인 듯해서이네.

비록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네 곁에 계시지 않는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너무 답답해하지 말게. 이 모든 일이 고향의 냇물처럼 자연의 한 조각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시게. 자네가 좋아하는 어느 작가는 인생은 곧 잃어버리는 과정이라고도 말하지 않던가.

이제 자네 나이도 만만치가 않네. 항상 건강 잘 챙기고 조심하여야 하네. 특히 술을 조심하여야 할 걸세. 자네는 아직도 술 한잔하기만 하면 고고(go go)를 외치니 말일세. 건강이 최고 아닌가. 내가 건강해야 부모님에게 이렇게라도 작은 응석을 부릴 수 있지 않겠나. 늘 건투를 비네.

개인적인 감정을 가을비처럼 쏟아냈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뭐 별 볼 일 없는 내용이지요. 한 친구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아내와 함께 남산타워에서 사랑의 달구경을 하고 왔다네요. 저처럼 편지를 쓰든 친구처럼 달의 정취에 취하든 10월의 마지막 밤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원 포인트의 의미를 만드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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