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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시월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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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시월의 마지막 밤
  • 김정응 『FN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 승인 2020.10.28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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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은 감수성이 가장 충만한 시기
현실적 고민에 기울어져 끙끙대던 자신의 삶에 기적 같은 균형감각을 일깨워 줘...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시월의 마지막 밤에는 뭐해요?”

해마다 어김없이 이런 문자를 받습니다. 안부인지 채근인지 구별하기 애매한 질문 앞에 조금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진짜 나는 뭘 해야 되는 거지?” 스스로 묻다가 스스로 답을 내렸습니다. 재작년 10월 요즈음의 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시월의 그 날에는 지인들과 어울려 밤새워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떠나간 옛사랑에 대해서 눈물을 나누고 그랬습니다. 물론 그날은 술기운에 힘입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날은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나이가 들면서는 더욱더 그랬습니다. 급기야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학교 앞 주점에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대선배가 있었습니다. 백발의 머리에 굵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느 날 동석을 하게 되었는데 이곳에 때맞춰 오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그래.”

어느 날 문득 그 선배가 생각나더군요.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제가 그 선배의 나이가 된 지금 선배의 말에 공감하여 저도 ‘나만의 날, 나만의 시간’을 정해 놓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정한 날이 바로 하루 종일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시월의 마지막 날인 것입니다. 

그렇게 정하고 보니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감수성이 가장 충만한 시기입니다. 사람들은 붉은 단풍 그리고 뒹구는 낙엽과 함께 본격적으로 가을을 타게 됩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가을의 감성지수는 현실적 고민에 기울어져 끙끙대던 자신의 삶에 기적 같은 균형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종합적인 판단을 해서 한 해를 결산하기에 탁월하게 좋은 날이었습니다. 

어느 친구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느냐고 묻더군요. 저는 편지를 씁니다. 특히 저 자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나 아닌 타인에게 편지를 썼었는데 제게 쓰는 편지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괜히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러더군요. 가장 소중한 것이 나인데 그렇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도 생기고요. 자연스럽게 나를 응원하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편지를 쓰다 보면 자칫 눈물 많은 사람들은 여지없이 감정의 봇물이 터지게 될 것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사 미운 것은 잊게 되고 고마운 것만 남게 되더라고요. 정말 희한하게도. 

이제는 누가 시월의 마지막 밤에 대하며 물어보면 고민 없이 이야기합니다. 
“나는 혼자서 편지를 써.”

당신은 언제나 돌아오는 시월의 마지막 밤에 무엇을 하는지요? 인생 뭐 있나요? 가을엔 편지를 쓰겠다는 노래도 있는데 편지 한 장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마지막 밤이 아닌 첫날 밤처럼 사는 방법일지도 모르니까요. 바로 당신 자신에게 보내는 그 편지 말입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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