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민간이 결정할 일이라며 중도 입장 고수
[소비라이프/윤채현 소비자기자] 지난 14일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를 언급했고, 우리 정부는 중국 배제 여부는 민간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기존의 중도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동참 압박이 시작되면서, 미중 갈등 속 우리 정부의 외교적 스탠스의 향방이 주목된다.
미국이 경제협의회에서 발표한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는 5G 통신망, 모바일 앱,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ZTE(중흥통신) 등의 제품을 퇴출시키고자 하는 정책으로서, 미국이 이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의 결과에 대한 참고자료를 언론에 발표했다. 미국은 이 자료에서 "한국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사업자가 특정 업체를 배제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는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기존의 중도적 입장을 고수했다. 클린 네트워크 참여 여부에 관해서도 아직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편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할 것 같았던 일본이 동참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미국이 유럽의 동맹국들 외에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도 화웨이·ZTE 배제를 요구하여, 미중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규제에 동참할 경우, 국내 기업들로서는 주요 고객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부분이 도합 약 10조 원에 달한다. 클린 네트워크에 동참 시 반도체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화웨이 규제 동참의 긍정적 영향을 시사하는 견해도 있다. 삼성 등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으며, 화웨이가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더라도 샤오미, 오포 등 부품 구매처가 있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곧 치뤄질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와 관계 없이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도 더이상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가 아닌 분명한 외교적 스탠스를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