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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카르타고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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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카르타고의 전성기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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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티카(Utica)와 함께 페니키아가 지중해의 서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
은과 구리는 화폐 용도로 거래가 활발했는데 그 수혜를 고스란히 ‘카르타고’가 흡수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세계 4대 문명이라고 불리는 수메르(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하가 큰 강에서 농경을 기반으로 시작된 문명이라면 페니키아와 그리스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 교역으로 시작된 문명이다. 자생적인 성장과 번영보다는 교역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주변의 척박한 여건 때문에 일찍부터 그들은 살기 위해 바다로 눈을 돌려야 했다. 
 
레반트 지역에 자리를 잡고 일찌감치 동지중해의 해상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페니키아의 여러 폴리스는 자신들을 벤치마킹해서 성장하고 있는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와 경쟁해야 했다. 거의 독식하고 있던 곳에서 경쟁이 생기자 부(富)를 계속 쌓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더 다양한 품목과 많은 교역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다니며 탐험을 했다. 거기에 호기심이 더해져 가장 활동적이었고 번성했던 티레가 주도해서 무역을 위한 거점 확보를 위해 식민지를 건설했다. 

당시에는 배의 크기로 인해 장기간의 항해가 불가능해서 바다에서 항해하다가 식수나 식량 같은 물자를 싣기 위해 중간에 보급처가 있어야 했다. 때문에 식민지는 당시의 바다 교역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식민지였지만 근대의 유럽처럼 내륙 깊숙한 곳까지 넓은 영토를 소유하던 탐욕적인 식민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배를 통한 해상운송을 위해 해안가 여러 곳에 듬성듬성 식민도시를 건설했던 것이 당시 페니키아와 그리스가 지중해에 건설한 식민지들의 특징이다.
 
그중에 하나가 ‘카르타고(Carthago)’다. 페니키아어로 ‘새로운 도시’라는 뜻의 ‘카르트 하다쉬트(Kart-Hadasht)’로 불렸던 도시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옮겨지면서 ‘카르타고’로 변형돼 우리에게 알려졌다. 현재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옆에 위성도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카르타고에는 도시의 시작과 관련된 전설이 하나 있다. 티레의 공주였던 엘리사(디도, Elissa, Dido)는 왕인 아버지 벨로스가 죽자 남매인 피그말리온(Pygmalion)과 공동으로 티레를 다스리려고 했는데 피그말리온의 욕심으로 엘리사의 남편이 살해당하고 본인도 생명의 위험을 느껴 여동생과 지지자들을 데리고 티레를 탈출하게 된다. 오랜 항해 끝에 이들이 도착한 곳이 북아프리카 연안의 베르베르(Berber)였다. 당시에 이 지역을 다스리던 왕은 이아르바스(Iarbas)라는 인물이었다. 왕에게 자신들이 거주할 수 있는 땅을 사고 싶다고 했지만 팔지 않았다. 엘리사는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을 위해 정착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왕을 설득해야 했다. 고민 끝에 자신이 탈출하면서 가져온 금을 보여주며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가죽으로 둘러쌀 수 있는 정도의 땅만 달라고 했고 소가죽의 크기를 생각하며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 왕은 엘리사의 제안에 응했다. 엘리사는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소가죽을 가늘고 길게 잘라서 바느질로 연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긴 끈으로 둥근 원을 만들어서 그 안의 땅을 차지하게 되면서 새로운 도시 카르타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짐승의 가죽이라는 의미를 가진 ‘비르사(Byrsa)’라고 불렀다. 
 
BC 814년에 세워졌다고 알려진 ‘카르타고’는 엘리사의 통치 아래 새로운 폴리스로 발전하게 된다. 30여km 떨어진 페니키아 선원들과 상인들이 세운 우티카(Utica)와 함께 페니키아가 지중해의 서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했고 지리상의 이점을 활용해 중계무역으로 모국인 티레에 못지않은 부(富)를 쌓기 시작한다. 특히, 지금의 에스파냐 지역까지 진출해서 거대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곳의 많은 광산에서 채굴되는 은과 구리는 화폐 용도로 거래가 활발했는데 그 수혜를 고스란히 ‘카르타고’가 흡수하게 되면서 번영을 누리게 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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