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응의 LOVE LETTER] 40계단 나그네
상태바
[김정응의 LOVE LETTER] 40계단 나그네
  • 김정응 『FN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 승인 2020.10.14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25 피난민들의 외로움, 배고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의미
가슴 아픈 상징이었던 40계단이 지금은 부산의 문화 관광 명소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오늘 하루 손님이 딱 한 사람이네요.”
“사는 것이 창살 없는 감옥 같아요.”

부산으로 출장을 떠나던 날 마음이 몹시 무거웠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하여 여기저기에서 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애절했습니다. 제 마음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각종 경제 지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를 예견하고 있어서 더욱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곳이 ‘그 유명한’ 40계단입니다.” “여기서 힘을 얻으세요.”
출장 현지인은 굳이 저를 이곳으로 안내했습니다. 지난밤에 제가 세상살이의 고됨에 대하여 너무 역설했는지 기운 좀 차리라고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40계단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와보지는 못했었습니다. 40계단은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계단이었고 계단 중간에 아코디언을 다루는 남자 조각상 하나가 특이해 보일 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무슨 기운을 얻을 수 있을까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40계단의 그 나그네입니다.” 
그런데 40계단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 가이드분도 40계단 스토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는 6.25 전쟁이 일어나자 피난민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습니다. 가파른 언덕이 이어진 산동네였는데 외로움, 배고픔, 미래에 대한 불안함, 이런 것들을 등에 지고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계단에 앉아 향수를 달래며 눈물을 짓곤 했지만 한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이거다 저거다 선택할 여지가 없었죠, 오직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역시 세상일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요. 그렇게 가슴 아픈 상징이었던 40계단이 지금은 부산의 문화 관광 명소로 바뀌었다고 말입니다. 물론 자신의 삶도 그만큼 많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오르는 계단이 있으면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것이니까요. 

“사십 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 안에서 40계단의 스토리를 담은 ‘경상도 아가씨’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어느새 그 노래는 응원가처럼 귓가에 계속 맴돌게 되었습니다. 인생살이에는 근거 없는 낙관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이나 좌절 그리고 포기는 더더욱 안 될 것입니다. 어쩌면 짧은 부산 출장의 교훈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아주 오래된 계단과 그 계단에 스민 옛 노래를 통해서 새 희망을 보고 삶의 새 에너지를 빵빵 하게 충전했으니 말입니다.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