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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 이내 낙태 허용된다... 미프진도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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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 이내 낙태 허용된다... 미프진도 합법화
  • 한서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0.0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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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낙태 일부 허용하는 법안 발의 예고
여성단체, "낙태죄 전면 폐지돼야"
의료계, "10주 이내 낙태 허용이 바람직"

[소비라이프/한서라 소비자기자] 이달 7일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낙태죄에 관련한 형법 조항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임신 14주 이내에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으며, 임신 15주~24주에 낙태를 할 수 있는 조건에 '사회·경제적 사유'가 추가됐다.

정부의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이후 법을 개선하라는 주문을 따른 것이다. 기존의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임신 24주 이내에 성폭력이나 근친에 의한 임신, 부모의 유전적·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임부의 건강의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해 왔다. 하지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등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 위헌 여부를 처음 판단했던 7년 전과는 다른 결정으로, 국회에 올해까지 법을 개정하기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실제적 조화를 이루도록 형법 조항을 개선했다. 먼저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적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임신 15∼24주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 및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명시한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란 혼인이 파탄에 이르거나, 출산·양육을 위한 소득이 불안정한 경우를 의미하며, 의사나 전문가와 상담 후 24시간 숙려기간을 두도록 의무화했다. 기존에 있던 보호자 동의 요건은 삭제했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자연유산 유도 약물(미프진)도 합법화됐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 자궁 수축을 유도하고 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약물로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해 75개국에서 시판되고 있다. 현재는 자연유산 유도제가 한국에서 정식 유통되지 않아 온라인을 통한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미프진 온라인 판매 광고 적발 건수는 2015년에 비해 200배가량 증가한 6,618건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미프진이 합법화되면서 해외 직구가 아닌 국내에서 약물을 정식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결정에 대해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성단체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외치며 14주 이내에서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낙태는 삶과 미래, 앞으로 태어날 생명까지 숙고해서 내리는 여성들의 결정이므로, 이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 결정권 침해라는 의견이다. 더불어 낙태를 했을 경우 여성과 의사만 처벌하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므로, 임신시킨 남성도 함께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낙태죄 일부 폐지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전국 174인의 여성 교수 일동'은 7일 "보건복지부의 낙태 일부 허용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법이 공식적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며,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하는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다른 국회의원은 낙태를 인정하는 요건인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포괄적이고 주관적이므로, 사실상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한 셈이라며 "낙태를 남용할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경우 "산모가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불법 수술을 받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며 산모의 안전한 수술과 관련해 낙태 합법화를 찬성했다. 하지만 14주에 대해 임산부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기간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에 낙태를 허용하는 기간을 10주로 권고했기 때문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의장은 10주 이전에는 수술 도중 위험성과 합병증 발병 등이 크지 않지만, 10주 이후에는 생명체를 조각내 긁어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술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크리닝을 통한 기형아 선별검사 시기가 보통 11~13주인데, 선별검사만 보고 산모가 낙태를 결정해 정밀검사에선 이상이 없는 태아가 유산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료계는 이번 법 개정이 정부의 발표가 전문가와 협의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낙태죄와 관련한 찬반논쟁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절수술과 미프진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약물을 통한 낙태 허용이 오남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부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의 경우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진료 거부를 인정하는 규정을 만들어 의사의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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